[WWW.표밭]“디카-폰카 촬영 요청 적극 응하라”

  • 입력 2004년 3월 31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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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선거운동 시작을 앞두고 각 당이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폰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각 당 지도부는 후보들에게 “선거운동 기간 중 되도록 젊은이들과 디카로 사진 찍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라”고 권한다. 네티즌들이 정치에 대한 의견을 말과 글 대신 디카로 표현하는 최근의 경향을 감안한 주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최근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민생투어를 하면서도 카메라폰을 들고 다가오는 20대 젊은이들을 적극적인 자세로 맞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아예 여성 유권자들의 어깨나 손을 잡고 사진 촬영을 주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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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네이버 엠파스 등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는 지난달부터 마련한 총선 특집 코너에 네티즌들이 디카로 찍은 총선 관련 사진을 게재할 수 있도록 해 또 다른 정치 토론의 장을 개설했다. 다음에 설치된 ‘디시(dc·digital camera) 인 총선’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중 총선 현장 사진을 공모한다. 지금까지 이들 사이트에는 탄핵 정국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영화포스터 등을 패러디한 합성 사진이 주로 올라왔었다.

각 당도 홈페이지에 ‘패러디 사진방’을 개설하는 등 네티즌 디카족 마음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경우에 따라 불법선거운동 고발원으로 돌변할 수도 있어 꽤 조심스럽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내분 상태인 민주당도 디카 패러디 열풍의 원조 격인 ‘디시 인 사이드’와 함께 총선 후보자들의 불법행위 등을 찍어 올리는 ‘콩그레스(Congress·의회) 워치’ 캠페인을 계획 중이다.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정치권 내 디카 바람을 “서구에서는 보편화된 정치의 오락화, 즉 ‘폴리테인먼트’(politics+entertainment)의 시작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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