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채팅’ 표심 접속…지역현안 토론, 블로그 개설 바람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6분


‘후보님, 눈이 많이 오네요.’ (네티즌 A)

‘마침 시내서 약속이 있는데.’ (후보 B)

서울에서 출마하는 한 열린우리당 후보가 최근 개설한 ‘블로그(blog)’에서 네티즌과 나눈 대화의 일부. 마치 유명 연예인과 팬의 채팅을 연상케 한다.

총선 후보자 대부분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동 중인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인터넷 개인 일지(日誌)인 블로그를 동원해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블로그는 ‘웹(web)+로그(log)’의 합성어로 사진과 글이 최근 작성한 순서대로 동시에 게재되거나 다자간 채팅이 가능한 미니 홈페이지. 사용이 간편한 데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하워드 딘 후보가 ‘딘 포 아메리카(Dean for America)’라는 블로그로 돌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 다퉈 개설하고 있다는 것. 이미 70명이 넘는 후보가 블로그를 개설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블로그의 장점은 마치 개인 일기장을 보여주듯 살갑게 유권자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 후보자들의 홈페이지가 대부분 ‘나라를 살리겠습니다’ 등의 구호로 점철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이 탄핵 관련 논란으로 채워져 있는 것에 비해 블로그에는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나 정치 단상(斷想)도 들어 있어 야당 후보들이 많이 애용한다. 경북 지역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블로그 디자인 콘테스트 등 ‘비정치적 이슈’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커뮤니케이션 김경달 서비스전략팀장은 “천막, 공판장 당사로 상징되는 최근의 ‘감성 정치’ 흐름이 블로그와 닿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블로그에도 한계가 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한 민주당 후보는 “블로그만으로는 접촉하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거리로 나서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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