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상 100년 진기록]태풍 ‘루사’때 강릉 하루 870㎜ 비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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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 8.4도, 아침 최저기온 3.4도, 평균습도는 80%,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이는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04년 3월 25일 목포의 날씨.

한국 최초의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목포에서 시작된 지 25일로 꼭 100년이 된다.

이전에도 기상관측이 행해졌지만 이때부터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방법에 의한 관측이 시작된 것. 근대기상 100년, 한국의 날씨와 일기예보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갖가지 기록=42년 8월 1일 대구의 낮 기온은 40도까지 올라갔다. 40도면 아프리카 사막의 낮 기온 수준. 최고의 강추위는 81년 1월 5일 경기 양평에서 측정된 영하 32.6도다.

태풍 루사가 왔던 2002년 여름, 강원 강릉에는 8월 31일 하루 동안 870.5mm의 비가 내려 하루 강수량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에는 1시간 동안 145mm, 56년 6월 22일 서울에는 10분 동안 47.2mm의 비가 온 적도 있다. 현재 집중호우의 기준은 24시간 이내 80mm 이상이다.

55년 1월 22일 울릉도에는 하루 동안 150.9cm의 눈이 내렸다.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2003년 9월 12일 제주에는 초당 최대풍속 51.1m, 최대순간풍속 60m의 강풍이 몰아쳤다.

2002년에는 최악의 황사현상 때문에 휴교사태가 벌어졌으며 78년 충남 홍성에는 리히터 규모 5.0의 국내 최대 지진이 발생했다. 최악의 피해를 낸 태풍은 2002년의 루사(5조2620억원)이며 작년의 매미(4조200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기상 기록은 앞으로 더 자주 경신될 전망.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해 100년간 한반도의 겨울은 한달이나 짧아지고 기온은 1.5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봄꽃은 매년 더 빨리 피어나고 호남 지역에서만 살던 대나무가 충청도에서도 자라는 등 식생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달라진 일기예보=100년 전 기상관측이 시작될 때는 사람이 온도계와 습도계 등을 이용해 하루에 6번씩 기상현황을 관측했다.

지금도 구름의 모양 관찰 등은 사람이 직접 하지만 대부분은 자동화됐다. 전국의 560개 유무인 관측소에서 1분마다 측정된 값이 1초에 2240억번의 연산이 가능한 기상청 슈퍼컴퓨터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올해 10월에는 기상청에 슈퍼컴퓨터 2호기가 도입돼 집중호우나 폭설의 예측이 현재 보다 한두 시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안명환(安明煥) 기상청장은 “예보의 정확도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88%, 86%이며 한국은 약 85% 정도로 기술 분야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100주년을 계기로 국민이 만족하는 예보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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