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전화 도청의혹 ‘장관 입’ 왜 막나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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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은 한때 일반전화와 달리 휴대전화는 도·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러 차례 확언했다. 그래서 도·감청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요금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반전화를 놓아두고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어제 불가능했던 것도 오늘은 가능할 수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들을 수는 있다”며 휴대전화의 도청 가능성을 인정하자 김희선 의원(통합신당)이 “노 정부는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정부가 아니다. 분명하게 안 된다고 얘기하라”고 장관의 발언을 가로막고 나섰다고 한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정부가 아니라면 그럴수록 국민의 도청 공포를 해소해 주어야 할 게 아닌가. ‘안 된다고 얘기하라’며 주무부처 장관의 입을 막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을 키울 뿐이다.

과학기술에 관한 사실 관계가 정치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 기술적으로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가 곧바로 휴대전화 도·감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통합신당은 ‘노무현당’이 아니라면서도 터무니없이 정부를 비호하는 듯한 일부 의원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일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서와 예산안 내용에 비화(秘話) 단말기의 구입비와 이용요금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해킹, 휴대전화 도·감청과 방지 기술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휴대전화의 도·감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국가기밀 보호를 위해 비화 단말기의 사용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국민도 도청의 두려움 없이 통신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창이 개발되지 않은 방패를 팔지 말라는 식으로 비화 휴대전화의 시판을 막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한 사람의 통화를 감청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 99명이 안심하고 통화할 수 있는 전화를 시판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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