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과학기술 공약 점검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32분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과 과학기술자 푸대접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많은 공약을 발표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회창, 노무현 후보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충청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하는 등 과학기술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후보 캠프에는 서상기 전 기계연구원장(호서대 교수)과 이원영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특보로 합류한 상태며, 한영성 전 과기부 차관이 한나라당의 과학기술분과위원장을 맡아 과학기술인들을 영입하고 있다. 노 후보는 특보를 두지 않은 대신 김훈철 전 기계연구원장 등 민주당의 21세기 정책자문위원과 젊은 과학기술자들 그리고 정책 보좌진이 공약을 만들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해 10월과 11월에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자신이 법조계 출신이기는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고 이태규 박사를 백부로 둔 사실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며 “과학기술과 교육을 21세기의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 역시 “아들이 화학과를 그만두고 법대로 들어가 사법고시를 준비했는데 내가 말려서 지금은 IT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구호로 내걸었다.

두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차이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다만 이 후보는 대체로 정책의 방향만을 제시한 반면 노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과학기술인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고, 과학기술 예산을 늘리며, IT, BT 등 이른바 5대 핵심기술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두 후보 모두 이공계 기피 대책으로 이공계 대학생에 대해 장학금 지급을 늘리고 과학기술자 연금제도를 실시하며 과학기술계의 여성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기술계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청와대 고위직의 과학기술자 등용에 대해 이 후보는 과학기술 특보를 두겠다고 한 반면 노무현 후보는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특보는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보좌역이며, 수석비서관은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후보는 ‘산학연 협력’을 강조해 대학 내에 출연연구소와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연 연구실’을 두겠다고 한 점이 돋보인다. 반면 노 후보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연구개발 예산 배분권을 주고, 출연연구소를 관할하는 과학기술연구회에 자율예산배분권을 부여하며, 출연연구소의 기본인건비를 70%로 늘려 과학기술자들이 관료들에게 연구비를 구걸하러 다니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점이 돋보인다.

한편 참여연대가 보낸 인간 배아복제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회창, 권영길 후보(민주노동당)는 배아복제 금지 방침을 밝혔고, 노무현 후보는 “종교계와 의학계 그리고 일반 국민 사이에서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방침을 보였다. 한편 허술한 유전자조작식품(GMO)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후보 3명이 모두 찬성했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질의한 원자력 정책에 대해 이 후보와 노 후보 모두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반면 권영길 후보는 추가 원전 건설 반대와 단계적 폐쇄 방침을 밝혔다.

에너지 정책에서 이 후보가 2010년까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가장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한편 권영길 후보는 ‘선택과 집중이 아닌 참여와 나눔의 과학기술’을 구호로 내걸고 환경, 보건, 안전방재기술 등 공익적 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 기술영향평가 실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시민 참여, 국가 총연구개발비 중 정부 연구비의 비중을 25%에서 40%로 확대할 것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한나라-민주당 대선후보 과학기술 공약비교

△이회창△

▼정부예산 중 연구예산을 4.7% 에서 6∼7%로

▼대통령 과학기술 특보 신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강화

▼이공계 대학생에 장학금 확충

▼이공계 출신 공무원, 국회의원 영입

▼과학기술자 연금제도 실시

▼기초과학 연구예산 비중 19%에서 25%로

▼IT, BT 등 5대 기술에 투자 확대

▼이공계 여성진출 확대

▼대학 내 출연연구소 연구실 설치

▼대전을 과학기술특구로 지정

▼출연연구소 기본인건비 50% 이상 제고

▼지역단위의 기술혁신클러스터 육성

▼인간배아 복제 반대

▼재생가능에너지 비율 2010년까지 10%로

△노무현△

▼정부예산 중 연구예산을 4.7% 에서 7%로 확대

▼대통령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신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연구예산 배분권 부여

▼이공계 대학생 3명 중 1명 장학금 지급

▼정부 위원회에 과학기술자 30% 참여

▼과학기술자 국회 비례대표 할당 추진

▼과학기술관련 정무직 3개에서 13개로 확대

▼과학기술자 연금제도 실시

▼박사급 여성과학기술 인력 채용 목표제

▼대덕과 지방 첨단과학단지 육성

▼과학기술예산의 3% 과학문화 창달에 투자

▼이공계 대학 지원법 제정

▼출연연구소 기본인건비 70%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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