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독하디 독한 독감…귀하디 귀한 백신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04분


노약자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매년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한다.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할머니가 독감 백신을 맞는 모습을 다른 노인들이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다.

노약자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매년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한다.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할머니가 독감 백신을 맞는 모습을 다른 노인들이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다.

《몇 년째 독감(毒感) 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의 보건소들은 ‘백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많은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는 이유는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올해 미국에서 3500만∼5000만명이 독감에 걸리고 이 중 10만명이 입원하며 2만명 이상이 폐렴, 기관지염 등 합병증으로 숨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건강한 청소년이나 어른은 합병증으로 숨질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지난해 800만명이 백신을 접종받았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독감 백신을 맞으면 감기가 예방되는 줄 알지만 감기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독감 백신을 맞으면 뇌중풍이나 심장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독감과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독감과 감기는 어떻게 다른가?

A:독감은 오소믹스 바이러스가 허파에 침투해서 갑자기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이 생겨 4∼5일 지속된다. 반면 감기는 리노, 아데노, 로타, 콕사키 등 100여종의 바이러스 중 하나가 몸 속에 깊숙이 침투하지 않고 상기도(上氣道)의 상피(上皮)세포에만 달라붙어 서서히 콧물, 목통증, 기침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것이다.

Q: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 할 사람들은?

A:만성 폐쇄 폐질환, 심장병, 당뇨병, 콩팥질환, 만성 간염 등의 환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65세 이상의 노인, 5세 이하의 어린이,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고위험군’이나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 의료인 등이다.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는 접종 효과가 미미하고 고열과 두통 등 부작용이 흔하므로 접종시키지 않는다.

Q:독감 백신은 언제 맞는 것이 가장 좋을까?

A:독감이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유행하고 백신은 접종 2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므로 10월이 적기다. 어린이는 첫해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맞히고 이후 매년 맞으면 되고 어른은 매년 맞는다.

Q:왜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하나?

A: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6개월∼1년밖에 지속되지 않는 데다 오소믹스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8개의 조각으로 이뤄져있고 불안정한 구조여서 매년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해에는 변이의 폭이 커서 대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1918년 스페인독감은 세계적으로 최소 2000만명의 희생자를 불렀다. 57년 아시아독감, 68년 홍콩독감, 77년 러시아독감 등도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과학자들은 “대변이는 조류(鳥類)에서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와 사람에게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돼지 몸 속에 들어가 유전자 재조합을 거친 뒤 사람에게 전염되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Q:독감 백신은 어떻게 만드나?

A: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3월 ‘올해의 독감’을 발표한다. 이에 포함된 독감 바이러스 균주의 활동력을 없앤 다음 계란 속에서 배양하는 것이 ‘올해의 백신’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에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원료를 만들면 국내에서는 원료를 수입해서 가공해 공급한다.

Q:그렇다면 2002년의 독감은?

A:독감은 A형과 B형이 있는데 A형은 세계적이나 국가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고 B형은 한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의 독감은 뉴칼레도니아 A형, 모스크바 A형과 홍콩 B형. 참고로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영원한 봄의 섬’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Q:독감은 치료가 가능한가?

A:감기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는 없지만 독감 치료제는 있다. 복용한다고 완치할 수는 없지만 앓는 기간을 1∼4일 단축시킨다. 그락소스미스클라인의 흡입 치료제 리렌자와 로슈의 먹는 약 타미플루가 대표적이다.

Q:독감 백신이 뇌중풍이나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A:혈관 안쪽에 염증이 있으면 뇌중풍이나 심장병이 생길 수 있는데 독감 백신을 맞으면 염증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연구팀의 조사결과 백신을 맞으면 뇌중풍이나 심장병이 생길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김세규 교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홍정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종합감기약 보단 증세별 약이 부작용 적어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으면 1주 만에 낫지만 먹지 않으면 7일이나 고생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감기는 라틴어로 코를 뜻하는 ‘리노’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코감기가 가장 많고, 다음은 아데노 바이러스등에 의한 목감기. 바이러스의 종류와 변종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연간 6∼12회, 어른은 6회 정도, 노인은 2, 3회 감기에 걸린다.

일부에서는 완치도 안되는데 대증(對症) 치료를 왜 받느냐고 의문을 표시하지만 어떤 사람은 증세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이 경우 ‘생활’을 위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리노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과정은 최근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마다 수 천 개씩 있는 손가락 모양의 단백질에 붙은 다음 인체의 군대인 백혈구가 있는 엄지손가락을 피해 셋째손가락 부위를 통해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이를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현재로서는 대증 약물요법과 가정요법을 함께 쓰는 것이 최선. 일부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모든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감기약에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이 적지 않다. 종합감기약보다는 증세별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어 좋다.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특히 목이 아플 때에는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신다. 코감기 때문에 괴로우면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를 사서 코로 들이마신 다음 코 뒤로 넘겨 입으로 내뱉는 것을 되풀이한다. 목감기 때는 가글링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감기와 독감이 겨울에 유행하는 것은 이들 바이러스가 차고 건조한 날씨일 때 잘 증식하는 데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모여있는 시간이 많아 전염 기회가 늘기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침이나 미세 물방울을 타거나 피부 접촉을 통해서 이동하므로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뒤 꼭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는다.

또 창문을 꼭 닫고 자면 환기가 안돼, 반대로 열어놓고 자면 차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튼 상태에서 바람이 들락말락할 정도로 창문을 열어놓고 자도록 한다.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도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평소 적절히 휴식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며 꾸준히 운동하는 등 몸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예방의 주요 포인트.

감기나 독감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다른 병을 의심해야 한다. 목이 한 달 이상 쉬고 음식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누런 콧물이 나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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