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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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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동물행동학자들은 뉴 칼레도니아 섬에서 잡은 까마귀 ‘베티’에게 먹이가 들어있는 좁은 통과 긴 철사를 주었다. 그랬더니 까마귀는 철사를 갈고리처럼 구부려 통 속의 먹이를 낚아 올렸다.
혹시 우연이 아닐까 해서 실험을 10번이나 반복했지만 베티는 이 중 아홉 번 철사를 구부려 먹이를 낚았다. 야생의 까마귀는 돌이나 나무 틈 사이의 먹이를 사냥하는 데 나뭇가지를 쓴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빼앗고, 철사를 주자 이를 가공해 나뭇가지 대신 쓴 것이다.
우리는 사람만이 도구를 쓰고 가공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 그래서 1960년대 초 돌을 도구로 사용하는 250만년 전의 인류 화석을 발견하자 진짜 사람의 조상을 찾았다고 환호하며 ‘사람’이란 뜻의 ‘호모’를 처음 붙여 ‘호모 하빌리스’라고 부르고 있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 잘 쓰는 ‘핸디 맨(handy man)’을 뜻한다.
그러나 그 뒤 동물세계에서도 도구 사용이 드문 일이 아니란 게 계속 밝혀져 ‘핸디 맨’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굶주린 이집트 대머리수리는 부리로 돌을 집어던져 두터운 타조 알을 깨 먹는다. 갈라파고스섬의 딱따구리 핀치새는 선인장 가시를 입에 물고 나뭇가지 속에 박혀있는 벌레를 빼먹는다. 핀치새는 가시가 너무 길면 잘라서 쓰는 것은 물론이고 사냥 때마다 가시를 재사용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물에 작은 물체를 던져 이것이 먹이인줄 알고 몰려온 물고기를 덮친다. 미끼 낚시를 하는 셈이다.
동물원의 침팬지들은 길다란 나무가지를 울타리에 걸쳐놓고 집단 탈출하곤 해 인간을 골탕 먹인다. 또한 침팬지는 가는 나뭇가지를 개미집 구멍에 집어넣어 여기에 붙어나온 개미를 핥아먹고, 나뭇가지로 땅을 파서 뿌리를 캐먹고, 나뭇가지를 지렛대로 이용해 바나나 다발에서 바나나를 따낸다. 5월에는 서아프리카에서 500만년 전 침팬지가 나무열매를 까먹는데 사용한 479개의 돌조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침팬지는 나무뿌리를 모루로 이용해 날카로운 돌로 너트를 깨먹었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태양도 우리은하 변방의 평범한 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쥐와 사람은 유전자의 80%가 같다. 도구가 인간의 전유물란 생각도 편견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주와 생명체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물 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