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첨단산업유치 정치바람 우려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49분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들이 ‘나노팹(Nano Fab) 센터’를 자신의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나노팹은 신소재 등 초미세 기술을 연구하는 최첨단 시설로 10년 후쯤 각광받는 산업 분야가 될 전망이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는 2010년까지 3단계에 걸쳐 1970억여원을 투입, 1500평 규모의 나노팹 센터를 세워 활성화 및 자립화 기반을 마련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나 과열경쟁 때문에 선정작업을 미루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철저히 입지타당성에 의해 결정돼야 할 부지선정이 자칫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기부는 올 2월 1차 후보지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성균관대(서울대, 한양대, 전자부품연구원 컨소시엄),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4개 대학을 선정한 뒤 10일 최종 결정하려 했으나 해당 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 과열되자 지방선거 이후로 시기를 미뤘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그동안 “대전 대덕밸리에 100여개의 연구기관과 800여개의 벤처기업이 밀집돼 있어 KAIST가 최적지”라며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면 대덕밸리 부지 1만평과 100억여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수원에 자연과학캠퍼스가 있는 성균관대 컨소시엄을 지원하는 경기도는 “수도권과 가깝고 나노 관련기업들이 국내의 50% 가량 몰려있으며 삼성전자 등이 인근에 있어 산학연계성이 높다”며 수원 팔달구의 경기도 건설본부 터 1만평(200억원 상당)과 도비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부산시 울산시와 경남도 경북도 대구시 등 5개 자치단체는 포항공대를 지원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들 자치단체는 “포항공대에 최고의 두뇌집단과 최첨단 연구시설 등이 밀집돼 있으며 나노팹 센터와 같은 차세대 산업부지는 당장의 입지타당성 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영남에는 구미 포항 울산에 산업단지가 많지만 이를 연결할 연구소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KIST는 분소(강원 강릉)가 있는 강원도가 밀고 있으며 서울시도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각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나노팹센터를 유치할 경우 지역경제 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과기부장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관계기관에 건의문을 보내는가 하면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유치전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자치단체의 지원 여부도 센터 건립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열 경쟁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수원 포항〓지명훈 남경현 이권효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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