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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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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손은 5, 6번 씻고 얼굴은 거울에 수십 번 비춰 보면서 발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봅니까?”
발 건강에 발 벗고 나선 ‘발 박사’, 을지의대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발에 대한 무관심이 섭섭하다는 듯 이런 말부터 꺼냈다.
94년 문을 연 을지병원 족부 클리닉은 국내 유일의 족부 정형외과 전임의 교육기관이다. ‘중요한데 남들이 안해서’ 족부 정형외과를 선택했다는 이 교수를 비롯해 양기원, 배상원 교수가 발의 연구와 치료, 후배양성에 힘쓰고 있다.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환자에게 인기가 높은 이 교수는 후배에게 “환자를 대할 때 조선시대 기생처럼 사근사근하게 하라”고 가르친다. 의사에게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자에 대한 친절이라는게 그의 지론. ‘넉넉한’ 인상의 양 교수와 배교수도 환자를 항상 웃는 낯으로 대한다. 이들은 ‘발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을 지금까지 1800건 수술해 97% 완치시켰다. 또 축구선수 서정원 이동국 이임생 윤정환 최민성, 농구선수 현주엽 양희승, 마라톤의 이봉주 등 발 부상을 당했던 스타들은 모두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축구 청소년 대표팀의 최성국 선수가 피로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피로골절은 뼈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힘을 받은 부위가 약해져 골절형태로 나타나는 부상. 수술 결과가 좋아 그는 지금 그라운드에서 ‘훨훨 날고’ 있다.
발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무지외반증이다. 인구의 5%인 약 200만명이 무지외반증을 갖고 있는데 80%는 유전이며 젊을 때 앞이 뾰족한 신발을 자주 신으면 40대가 넘어서 발병한다. 이 교수는 “심하면 옆의 발가락까지 상하고 무릎이나 허리의 손상을 가져오게 되므로 꼭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튀어나온 뼈를 제거하고 옆 발가락의 뼈를 절골시켜 바로잡는 수술을 하면 걷기가 편해진다.
10년 이상 당뇨를 앓으면 ‘당뇨발’에 걸리기 쉽다.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급속히 진행돼 발가락이 썩게 되고 발을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당뇨발은 예방이 매우 중요한데 발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매일 주의깊게 발을 관찰해 상처나 무좀이 생기는지 살피며 발톱은 일직선으로 깎고 너무 바짝 깎지 않도록 한다. 작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피하고 1년에 2번 정도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우리가 흔히 ‘발목을 삐었다’고 얘기하는 ‘염좌’는 대부분 가볍게 생각하지만 환자의 30% 정도가 발목이 붓고 아프며 염증이 생기는 후유증을 겪는다. 초기에 얼음찜질을 해 부기가 빠지도록 처치하고 보조기를 이용해 충분히 고정시켜야 한다.
발에 티눈이나 굳은 살이 생겼다면 손톱깎이로 무조건 잘라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많다. 티눈이나 굳은 살은 바이러스나 발이 받는 압력 때문에 생기는데 잘라냈을 때 가운데 심이 보이면 바이러스성이므로 잘라내거나 약국에서 파는 티눈고를 붙여 제거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심이 보이지 않으면 압력에 의한 것이므로 잘라내지 말고 신발에 특수깔창을 깔아야 한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 발 질환 명의들
족부 정형외과는 주로 수술을 통해 발 질환을 치료하며 재활의학과는 비수술적 치료에 주력한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94년 1월 국내 최초로 ‘족부변형클리닉’을 열어 발모양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을 보조기와 구두를 이용해 치료해왔다. 구두공장에서 인체공학적인 구두를 만드는 개발팀이 직접 나와 환자의 발모양을 떠서 의사의 처방대로 구두를 만든다.
같은 병원 족부 정형외과 성일훈 교수는 평발과 무지외반증, 족부기형 수술의 대가.
노원을지병원 이경태 교수를 비롯해 대부분의 족부 전문의들이 한양대 출신. 한양대가 ‘발에 강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
가톨릭대 고영진 교수는 각종 태권도대회에서 한국 팀의 팀닥터로 활약해 왔으며 97년 발 클리닉을 개설해 특히 당뇨발에 대한 치료에 힘쓰고 있다.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박용욱 교수도 연간 500여건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름 소속 전화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을지의대 을지 02-970-8259 성일훈 한양대 02-2290-8476 최경진 관동대 명지 031-962-6900 박용욱 한림대 강남성심 02-829-5165 이우천 인제대 서울백 02-2270-0042 주인탁 가톨릭대 강남성모 02-590-1463 족부재활의학과 박시복 한양대 02-2290-9224 황지혜 성균관대 삼성서울 02-3410-2810 고영진 가톨릭대 강남성모 02-590-1613
◇ 발 건강법
발의 피로를 풀어주고 발 운동을 하면 건강한 발을 만들 수 있다.
피로를 푸는 방법으로는 발마사지가 제격. 발을 깨끗이 닦은 뒤 발바닥 아래 골프 공을 놓고 살살 굴려주면 된다. 책상 밑에 발 지압 기구를 놓는 것도 좋다.
근육강화 운동을 하면 더욱 발이 건강해진다. 공깃돌이나 조약돌을 발가락으로 집어서 옮기는 연습을 한다. 또 발가락을 쫙 벌렸다가 오므리는 운동도 효과가 있다. 한 발로 서서 손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 발목 인대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신발만 제대로 골라 신어도 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굽이 높은 하이힐은 발바닥 앞쪽에 압력을 줘 굳은 살을 만들고 아킬레스건을 짧아지게 하며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이른바 ‘하이힐 효과’를 가져온다.
을지의대 이경태 교수는 특히 “앞이 뾰족한 신발은 절대로 안된다”며 “꼭 하이힐을 신고 싶다면 앞이 뭉툭한 것을 신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굽신발도 위험하다. 걸을 때는 발이 자연스럽게 꺾어져야 하는데 통굽을 신으면 그렇지 못해서 발가락을 구부리게 돼 에너지 소모가 많다.
신발을 사려면 오후에 20분 이상 걸어 발이 적당히 늘어났을 때가 좋다. 양쪽을 다 신어보고 앞 부분에 엄지손가락 하나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적당하다. 발에서 볼이 가장 넓은 부분과 신발이 꺾어지는 부분이 일치해야 하고 이 부분이 넉넉해야 발이 편하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