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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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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때문에 삶이 피곤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봄볕이 따스해지면서 춘곤증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피로는 일을 망친다. 실제 호주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야할 시간부터 17시간 동안 자지않아 피로해지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운전면허 정지 사유), 28시간 동안 자지 않으면 0.1%(면허취소) 상태의 사람과 행동장애가 비슷해진다.
피로는 얽히고 설킨 것이어서 한 마디로 말하기 곤란하며 원인, 종류도 갖가지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기자가 피로에 대해 꼬치꼬치 묻자 “잘 모르겠다. 자꾸 물으면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피로도 알아야 다스릴 수 있다. 사실 의학계에서 피로에 대해 밝혀낸 것은 밤 창문에 비친 여인의 실루엣처럼 어슴프레하다.
피로는 대부분의 경우 인체의 휴식 요청 신호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뱃속에 있는 부신(副腎) 등으로 이뤄진 ‘에너지 자동 감지 시스템’이 인체 내 에너지의 저장량과 소모량을 측정해서 소모량이 많을 때 ‘이제 쉬어야 한다’고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이때 몸 곳곳에는 대사물질의 찌꺼기인 초성포도산 젖산 등이 쌓여 여러 증세가 나타난다.
피로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땀 흘리며 운동한 뒤, ‘격렬한 사랑’이나 어려운 일을 끝낸 뒤 스르르 몰려오는 피로는 내일의 활력소가 된다.
봄 손님 춘곤증은 1∼3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피로다. 봄철 기온이 올라가면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의 근육이 풀어지면서 몸이 처지는 느낌이 들게 마련. 봄에는 또 인체의 대사량이 많아진다. 취업 입학 등 신상의 변화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쌓여 피로를 느끼기 쉽다.
그러나 피로가 1개월 이상이면 병적 피로이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피로’이므로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 다스려야 한다. 만성피로의 30% 정도는 결핵 간염 당뇨병 갑상샘질환 폐질환 빈혈 암 심장병 류머티스질환 등 각종 질환의 신호. 또 30∼40%는 스트레스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 때문에 생긴다. 신경안정제 혈압조절약 피임약 등 약 때문에 생기기고 하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만성 피로도 원인을 제거하고 휴식과 영양을 적절히 취하는 생활요법에 충실하면 다스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만성피로〓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만성피로의 하나지만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하루 일하면 하루 이상 자리보전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가 되풀이되는 것으로 이런 환자는 극히 드물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목구멍 통증 △목과 겨드랑이의 림프절 통증 △근육통 및 관절통 △새로 생긴 두통 △잠을 푹 자도 지속되는 피로 △운동 뒤 하루 이상 지속되는 피로 등 6개의 증세 중 4개 이상이 해당되면 일단 의심할 수 있다.
완치제는 없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우울증 치료제, 비타민제제, 하이드로코르티손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