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이언스]"연말 후유증 걱정되면 거품 많은 술 피하라"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33분


심장병 예방에 효과적인 적포도주.
심장병 예방에 효과적인 적포도주.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조금이라도 덜 취하고 다음날 고생을 덜려면 샴페인보다는 포도주, 갓 부운 맥주보다는 조금 김을 뺀 맥주가 좋다. 폭탄주는 말할 것도 없고, 콜라나 사이다를 술과 같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심장병이 걱정되는 사람은 붉은 포도주를 찾아 마시는게 좋다.

영국 서레이대 프란 리도웃 교수는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거품 많은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중 절반은 거품이 많은 샴페인, 나머지는 거품이 빠진 샴페인을 줬다. 40분 뒤 혈중알코올 농도를 잰 결과 거품 많은 술을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코올 농도가 20%나 높았다.

영국 엡솜 일반병원 카를로 누네스 박사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거품 많은 술을 마신 사람이 김빠진 술을 마신 사람보다 사물을 알아채는 속도가 더 느려진 것이다.

리도웃 교수는 “거품 많은 술이 왜 더 빨리 취하게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거품 속의 이산화탄소가 장에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술에 사이다나 콜라를 섞어 마시면 더 빨리 취하는데, 이것도 콜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약 20% 농도에서 가장 흡수가 잘 되는데, 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이 정도의 농도다.

심장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붉은 포도주의 비밀도 최근 밝혀졌다.

영국 윌리엄 하비 연구소의 로저 콜더 박사는 붉은 포도주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엔도쎌린-1’의 합성을 억제한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붉은 포도주가 심장병에 좋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과정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혈관의 내피세포에서 만들어진 이 단백질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혈관 벽이 뚜꺼워지고, 결국 심장병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세포에 붉은 포도주를 넣자 문제의 단백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백포도주는 이같은 효과가 없었으며, 포도 쥬스도 포도주보다 효과가 적었다.

콜더 박사는 “포도주에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물질이 ‘엔도쎌린-1’을 만드는 효소의 활동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효소를 분리해 내면 좀더 정확한 과정을 알 수 있고, 심장병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약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샴페인이든 붉은 포도주든 지나치게 많은 술은 여자에게 더 해롭다. 프랑스 국립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남자는 매일 5잔의 술을 15년 정도 마시면 간경화에 걸리는데 비해, 여자는 매일 3잔의 술을 10년만 마셔도 간경화에 걸린다. 포도주 역시 남자는 하루에 2잔을 먹으면 안되고, 여자는 1∼2잔에 그쳐야 한다. 여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고 지방이 많아 알코올을 제거하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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