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플루엔자 바이러스,한번에 100만 희생 테러보다 무섭다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100만명 이상을 숨지게 할 인류의 대재앙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 관리와 대책 부문 책임자인 다니엘 라반시 박사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영국 런던 퀸매리의대 존 옥스퍼드교수와 ‘유럽 인플루엔자 연구자 모임’ 의장인 네델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 알버트 오스테르하우스 교수 등 국제적인 바이러스 전문가도 “곧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신형 변종이 출현해 수주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며 면역력을 갖지 못한 인류를 무차별 휩쓸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자회견은 WHO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각국 정부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마련했으며 이 자리에서 인플루엔자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가 제공됐다. 전문가들은 설혹 대유행이 없다 해도 해마다 세계적으로 수만명을 숨지게 하고 수백만명의 입원 결근 후유증 등으로 생기는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 까닭에 각국이 즉시 예방과 관리, 치료법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전쟁의 역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18∼1919년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세계 각지를 덮쳐 약3000만명이 숨진 사건 뒤 였다. 이때의 희생자 규모는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20세기만 해도 이 사건을 포함해 세 차레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대재앙이 있었다.

1957∼1958년에 걸쳐 세계적인 피해를 낳은 인플루엔자는 ‘아시안 인플루엔자’로 불리며 사망자는 100만명. 가장 최근의 인플루엔자 대재앙은 1968∼1969년의 ‘홍콩 인플루엔자’로 약 6주에 걸쳐 세계 각지를 휩쓸며 약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동시다발테러로 희생된 사람이 6000여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희생의 규모는 참으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 바이러스의 정체와 피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구형(직경 80-120 나노미터)이며 지질 외피와 RNA 핵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M1단백질은 막을 형성하고 있으며 막 표면에 있는 돌출 구조가 복제에 필수역할을 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 모두를 감염시키는 A형과 주로 인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B형으로 나뉜다.

잠복기는 1∼3일 정도며 감염 후 1∼2일 후에 바이러스가 기도(숨길)내 숙주세포 내에서 활발히 복제를 시작하면서 발열 등 증상이 갑자기 발현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복제를 거듭하면 궁극적으로 숙주세포가 파괴돼 숨길에 염증이 생긴다. 합병증으로 호흡기관 전체(코 부비동 인후 중이 폐)의 2차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폐렴은 인플루엔자에 따른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사망률은 감염된 기관에 따라 7∼42%에 이른다. 인명 피해 말고도 치료비와 감염자의 80%가 길게는 3주간 경험한 노동능력 감소에 따른 피해도 크다.

인플루엔자는 거의 해마다 항원 변이를 일으켜 공들여 개발해놓은 백신 효과를 떨어뜨려 더욱 위협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대결은 “이동 표적을 사격하는 것 처럼 어렵다”고 실토한다. 1997년에 발생한 홍콩 조류독감의 대유행처럼 신종 인플루엔자가 언제든지 출현해 새계적인 재앙의 시초가 될 수 있다.

◆ 대책

세계보건기구(WHO)는 1947년 인플루엔자의 피해를 막기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83개국 정부와 협력해 111개 국립연구기관간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공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 출현, 초고속 항공기 등 교통수단과 도로망의 발달, 세계화 영향에 따른 국가간 이동 확대 등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속도 또한 빨라져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

각국 정부 또한 해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까닭에 경계심이 흐트러져 비교적 대비책을 잘 갖춘 유럽지역에서도 약 50%의 국가만이 백신 접종과 새로운 항생치료 개발 등 공식적인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도 2000년에야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국가적인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도 인식 부족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세계적으로 8%에 그치고 있다.

또 증상을 완화하는데 그치는 대증요법 외에 근본적인 항생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적극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브뤼셀(벨기에)〓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최신 치료법

지난 30여년간 인플루엔자 예방과 관리의 핵심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이었다. 그러나 계속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대유행 발생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아 새로운 방법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최근 수년간 몇가지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첫째 최근까지만 해도 신속 정확한 진단법이 없어 임상의들은 휴식과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진료실에서 20분 이내에 진단이 가능한 ‘신속 항원 검사법’이 개발돼 항바이러스 요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항생제 남용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둘째 기존의 인플루엔자 치료와 예방에 사용되었던 M2(아마타딘, 리만타딘)억제제는 A형 인플루엔자에만 효과적이었다. 또한 중추신경계에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고 신속한 내성 출현 등 약점도 있어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이런 점을 보완해 바이러스 복제과정에 관여하는 뉴라미니다제를 억제하는 ‘자나미비르’(제품명 리렌자 로타디스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와 ‘오셀타미비르’(제품명 타미플루:로슈)가 개발돼 1999년 겨울부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과 B형을 모두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오셀타미비르는 최근 세계 최초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셋째 한랭 기후에 적응할 수 있고, 독성을 약하게 만든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돼 어린이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상과 같이 진단법, 치료제, 백신 영역에서 각기 이뤄진 진전은 치료수준을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예방,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박사>

◆ 인플루엔자 독감과 일반 감기와의 차이점

증후 또는 증상

인플루엔자 독감

감기

발현 시간

급격히 생김

점진적으로 진행

발열

흔하다. 3∼4일 지속.

(진단기준: 37.8℃ 이상)

드물다

근육통

항상 또는 자주 생긴다

경미하다

기침

마른 기침, 심해질 수 있다

밭은 기침

두통

계속 나타난다

드물다

피로. 허약감

2∼3주간 지속될 수 있다

매우 경증

극도의 쇠약감

초기에 나타난다

없다

흉부 불쾌감

흔하다

약간 있는 정도

코막힘

가끔

흔하다

재채기

가끔

항상

인후통

가끔

흔하다

법정 전염병

해당. 법정 3종 전염병

아님

합병증

기관지염 폐렴

위장관염 귀앓이

예방

해마다 예방백신 접종

-

치료

항인플루엔자바이러스 약품

일시적 증상 완화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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