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름밤 불청객 모기 퇴치법 올 가이드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20분


◇여름밤 불청객을 막으려면 "모기는 땀냄새를 좋아해"

애∼앵, 찰싹, 긁적긁적…, 애∼∼앵….

회사원 윤모씨(37)는 요즘 밤마다 모기와 전쟁을 치른다. 잠을 설치다보니 낮에 업무 효율이 뚝 떨어졌다.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제대로 못켜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이놈의 모기들….”

윤씨는 가끔 이같이 중얼거린다.

‘모기의 과학’을 알면 뇌염이나 말라리아을 옮기는 무서운 모기의 공습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국립보건원 의동물과 이원자 연구관과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의 도움말로 모기의 세계를 알아본다.

▽왜 모기가 극성인가?〓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모기 수가 늘었다. 모기는 웅덩이 등지에서 10∼16일 걸려 ‘알-유충(장구벌레)-번데기’ 단계를 거쳐 태어나는데 기온이 높으면 이 기간이 짧아져 모기가 많아진다. 특히 요즘은 장마 뒤 웅덩이가 많아져 모기가 태어나기 좋아졌다. 잠자리가 많을 때엔 잠자리 유충이 장구벌레를 먹어치워 모기가 적어지지만 올해엔 예년보다 잠자리가 적어 모기가 많다.

▽모기는 앵앵거리는 까닭은?〓모기의 소리는 날개에서 난다. 모기는 1초에 600번까지 날개친다. 미국 버지니아대 데이비드 스미스박사는 “모기의 날개를 움직이는 가슴 근육은 동물이 발전시킨 가장 눈부시게 활동적인조직”이라고 말했다.

모기는 날개짓으로 목소리를 대신한다. 암모기는 숫모기를 유혹할 때 특별한 음역의 날개짓을 한다. 소리굽쇠를 거즈망으로 감싸고 암컷의 날개짓 소리와 음역이 비슷한 소리를 내면 숫모기가 몰려들어 거즈망 또는 다른 수컷을 붙잡고 교미하려 한다.

모기 연구가인 핀란드 헬싱키대의 야코 시라마키박사가 실험실에서 핀란드 민요를 흥얼거리며 G자로 시작하는 소절을 시작하자 입으로 모기 떼가 몰려들었다. 모기는 F와 A자에도 반응을 나타냈지만 E와 B자에는 무관심했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이런 모기의 특성을 이용한 것. 산란기의 암컷 모기는 숫모기를 기피하는데 이 기기는 숫모기의 소리 대역인 1만2000∼1만7000㎐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흡혈의 주범’인 암컷 모기를 쫓는다.

▽왜 가려운가?〓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것은 모기가 피를 빨 때 분비하는 침의 성분 때문. 모기의 침에는 마취 성분이 있어 당장 가렵지 않고 몇 초 뒤 인체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서 가렵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체열, 특정한 색깔, 사람의 움직임 등은 모기를 유인할 수 있다. 모기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르지만 빨강 파랑 검정색을 좋아하는 모기가 많다.

모기는 밤에는 주로 사람의 냄새를 맡고 표적으로 삼는데 사람마다 분비하는 ‘유인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남보다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과학자들은 1920년대 사람이 숨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모기를 유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60년대엔 사람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젖산이 모기를 ‘유혹’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농림부와 플로리다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젖산 뿐 아니라 인체가 지방을 태울 때 생기는 아세톤,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이염기이황화물이 모기를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뚱뚱한 사람은 대사작용이 활발한 경우가 많아 ‘유인물질’이 잘 분비되고 이 때문에 모기에 잘 물린다.

저녁에 달리기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한 뒤 씻지 않고 자면 아세톤이 나오는데다 땀과 함께 젖산이 나오기 때문에 모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향수나 비누 헤어스프레이 등도 모기를 유인할 수 있으므로 잘 때는 깨끗이 목욕해 땀과 몸의 화학물질을 씻어내야 한다. 방충제를 과신하는 사람이 많지만 방충제는 농도가 낮을 때 간혹 모기의 유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모기는요 …"번식기 암모기만 동물의 피 빨아요

저는 모기! 파리와 남남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중고교 때 생물의 분류 기준인 ‘종속과목강문계’를 외우신 적 있죠? 저는 족보 상으로 ‘파리 목(目) 모기 과(科)’에 속해요. 저의 영어 이름 ‘mosquito’는 파리란 뜻의 스페인어 ‘mosca’에서 따온 말이어요.

제가 풀잎 위에 알알이 맺힌 이슬을 먹고 산다고 하면 개도 소도 웃는데 정말 억울해요.

‘모기〓드라큘라’라는 소리를 들으면 분통이 터져요.

평소 저희는 이슬이랑 식물의 꿀, 수액 등을 먹고 살아요. 다만 암컷이 ‘회임’했을 때 뱃속에 꽉 찬 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만 동물의 피를 빨아 먹죠. 얘들이 먹겠다는데 모성애도 죄인가요?

물론, 우리 중에서도 동족을 잡아먹는 나쁜 놈도 있지만 인간 세상은 안 그런가요?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복달인데….

음, 이제부터 우리들의 ‘은밀한 얘기’를 해볼까요?

저희 중 토고숲모기는 ‘둘 만의 섹스’를 고집하지만 대부분은 땅거미진 때나 해돋기 직전 언덕 위 허공에서 군무(群舞)를 이룬 다음 관계를 갖죠.

암컷 10∼30 마리가 ‘노닐고’ 있으면 수컷 몇 백 마리가 몰려와 기둥을 이루며 ‘폼’을 잡죠. 그러다가 눈맞은 암수가 땅으로 내려와 ‘음, 음, 음’하는거죠. 저희에겐 6개의 다리마다 한 쌍의 발톱이 있어 천장에 쉽게 매달릴 수 있는데 성 관계 때 수컷은 이 발톱으로 암컷의 요동치는 몸을 꽉 잡아 무사히 일을 끝냅니다.

그렇다고 ‘그룹 섹스하는 문란한 벌레’로 저희를 매도하진 마셔요. 암컷은 13번 정도 한번에 150여 개씩 알을 낳지만 그렇다고 13번 관계를 가졌다는 뜻은 절대 아니어요. 암컷은 몸 속에 정자 주머니가 있어 필요한 만큼 정자를 꺼내 수정시킬 따름이여요. 놀라지 마셔요. 암모기는 일생에 단 한 번만 관계를 갖는답니다. 일부종사(一夫從事)하는 곤충, 바로 저희랍니다.

◇해외여행전 예방접종 필수-고양시등 17곳 "말라리아 위험"

국립보건원은 6일 일본뇌염 경보를 내렸다. 이에 앞서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지난해 13곳에서 17곳으로 늘렸다(위치도 참고). 최근엔 해외여행 중 모기에 물려 열대열말라리아와 황열, 뎅기열 등에 걸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의 ‘모기병’〓일본뇌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지만 삼일열말라리아는 비교적 가벼운 병(위표 참고).

일본뇌염은 돼지 등 동물의 피를 빨아먹은 작은빨간집모기가 사람을 물어 걸리기 때문에 축사(畜舍)에 유문등(誘蚊燈)을 설치해 모기를 채집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주의보’가 발령되고 하룻밤에 500마리 이상 잡히고 전체 모기 중 절반 이상이면 ‘경보’가 내려진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도 95%는 증세가 없지만 3∼15세 어린이나 노약자는 꼭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삼일열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직접 전염되므로 가정집에 유문등을 설치한다. 매개모기인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전체 모기의 절반 이상이거나 50마리 이상에다 환자가 10만명에 10명 이상이면 ‘위험지역’으로 지정된다.

아주 드물게 발생하지만 토고숲모기에 물려 사상충증(絲狀蟲症)에 걸릴 수도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다리가 붓고 고환이 커진다. 완치 뒤에도 변형된 신체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들 질병을 예방하려면 피서지에서는 오후 10시∼오전 5시 외출을 삼가고 굳이 돌아다니려면 긴팔을 입는다. 피부에는 디트 성분의 살충제를 바르고 옷에도 피복처리용 살충제를 바른다.

▽해외의 모기병〓열대열말라리아는 삼일열말라리아와 달리 매년 200만∼300만명의 목숨을 빼앗는 무서운 병. 예방을 위해선 출국 1주 전부터 귀국 뒤 4주까지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토록 한다. 황열은 치사율 60%의 무서운 병으로 아프리가나 남미에 여행할 때엔 출국 10일 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는 10년 마다 맞는다. 댕기열은 낮에 모기에 물린 다음 5∼7일 잠복기를 거쳐 3∼5일 고열 관절통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숨지는 경우는 드물다. 백신이 없고 대증(對症)요법으로 치료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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