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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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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K씨(45)는 가끔 ‘야한’ 사이트에 들어가 스트레스를 푸는 게 취미다. 그는 주로 온가족이 잠든 새벽에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접속목록을 지워버리는 ‘완전범죄’를 즐겨왔다.
그런데 얼마 전 K씨의 취미생활에 큰 걸림돌이 생겼다. 단골로 들르던 사이트 하나를 열자 동시에 다른 음란사이트가 대 여섯개나 뜬 것. 그는 귀찮은 마음에 몇 개를 지워버렸다. 한데 이게 웬일? 사이트 하나를 닫을 때마다 4, 5개의 새 창이 뜨는 것이었다. K씨의 PC모니터에 뜬 음란사이트는 순식간에 30개를 넘어섰다.
더 심각한 일은 다음날 저녁에 일어났다. 숙제를 하려고 인터넷에 접속한 고등학생 딸이 기겁을 한 것. ‘적나라한’ 사이트 중 하나가 홈페이지로 버젓이 등록돼 있었다.
최근 음란사이트에 접속했다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는 주로 본인도 모르게 음란사이트가 홈페이지로 설정되거나 ‘즐겨찾기(북마크)’에 추가되는 경우에 생긴다. 심지어 웹브라우저 설정을 바꿔도 다시 자기 사이트를 홈페이지로 설정하는 사이트도 있다. 사이트 접속과 동시에 다른 페이지를 뜨게 하거나(팝업) 사이트를 닫을 때 페이지가 거의 무제한으로 뜨는(팝다운) 기능도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업체에는 “자녀들에게 망신을 당했다”는 30대 후반과 40대 네티즌들로부터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의 최동원 기술팀장은 “이전엔 ‘북마크를 하라’고 권유만 하던 음란사이트들이 요즘은 아예 사용자의 PC 설정을 자동으로 바꿔버리고 있다”며 “이런 ‘원격 설정제어’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현재로선 특별한 차단방법은 물론 이를 규제할 법규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