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NK]SW이름도 사상-역사관 반영…북한 브랜드의 유래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1분


민족유산소개 프로그램,조선장기 프로그램,체질진단 프로그램(위부터)
민족유산소개 프로그램,조선장기 프로그램,체질진단 프로그램(위부터)
단군 창덕 산악 천지개벽 용남산….

북한 소프트웨어의 이름들이다. ‘신토불이’식일 뿐 아니라 북한식 사상·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다.

김일성대학 학보 경제학편(2000년 3호)은 자본주의브랜드와 사회주의브랜드를 구분하고 있다. 자본주의브랜드는 ‘근로자를 착취할 목적으로 상품을 호화롭게 감싸 구매자를 유인, 최대의 이윤을 짜내는 수단’. 반면 사회주의브랜드는 ‘인민에게 당경제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고 근로자들이 제품에 대해 높은 긍지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90년대 초 개발된 제품들은 ‘문헌자료기지 검색체계’ ‘자료압축체계’ 등 기능을 그대로 나타낸 단순한 이름이 대부분. 90년대 후반들어서는 ‘인민대중의 긍지를 높일’ 의미심장한 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창덕 용남산 지원 등이 그것. 이 이름은 김일성주석의 일가와 관련되어있다.

‘창덕’은 평양정보센터가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김일성주석이 12세 나이에 중국만저우에서 평양까지 ‘배움의 천릿길’을 달려와 공부했다는 학교 이름을 딴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 개발한 문자인식프로그램 ‘용남산’은 대학인근의 산이름. 김정일국방위원장이 60년 9월 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용남산에 올라 ‘조선아 내 너를 빛내리’라는 다짐의 글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강동 제1고등중학교에서 개발한 학습프로그램 ‘지원’은 비장한 뜻을 담고 있다. 김일성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의 사상으로 ‘큰뜻을 가지고 시련이 오더라도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워야 하며 당대에 못하면 대를 이어서 완수하자’는 의미라고.

표준 조선어처리 프로그램 ‘단군’, 조선어·일본어 번역기 ‘담징’ 등 고조선―고구려를 이으려는 북한의 역사의식이 담긴 명칭도 있다.

조선컴퓨터센터가 개발한 컴퓨터 음악전집 ‘삼일포’는 전설에서 유래. 금강산 호수인 삼일포는 관동8경중 하나. 한 임금이 관동팔경을 하루에 한곳씩 보기로 했는데 삼일포의 경치에 매혹돼 3일간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이밖에 농구전술프로그램인 ‘예지’는 ‘사물의 도리를 꿰뚫는다’는 의미에서, 전자경제대사전인 ‘별’은 사전에 실린 단어수가 하늘의 별처럼 많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도움말〓전병길씨(북한 IT전문가·서강대 대학원 석사과정)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