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기본료 대폭 인하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21분


휴대전화 기본요금을 30% 이상 내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서명운동으로 본격화되면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요금 인하에 찬성하는 측은 휴대전화 수요가 미미하던 시절에 책정된 기본요금이 고객의 증대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업체가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누적적자와 신규사업 투자 부담 등으로 아직 큰 폭으로 요금을 내릴 때가 아니며 특히 후발 업체들은 자칫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맞선다.

휴대전화 기본료 인하에 대한 반대의견과 찬성의견을 잇달아 싣는다.

△기본료 인하 반대(조신 SK텔레콤 전략개발실장)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면 요금인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그 이윤을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요금을 인하해 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동전화는 경쟁체제가 도입된 이후 약 40%의 요금인하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선택요금제가 도입됨으로써 이동전화요금은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요금인하 여력이 있는지, 요금인하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국내 이동전화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인 데 비해 통화품질은 매우 우수하다. 이처럼 저렴한 요금으로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사업자의 수익성은 해외사업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실정이다. 영국의 보다폰 등 해외 유수 사업자들의 투하자본 수익률이 30%를 넘는 데 비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조차 12%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사업자의 수익률은 해외사업자에 비해 매우 낮다.

둘째, 이동전화요금은 원가변동의 장기추세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이동전화시장은 유선전화와 달리 매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시장상황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원가 변동 또한 심하다. 기술발전이 빠르고 시스템 사용기간이 단축되고 있어서 향후 필요한 투자규모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마케팅비용도 신규서비스 도입, 경쟁구도 변화 등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작년에는 다른 해보다 마케팅비용이 크게 축소되고 신규투자가 최소화한 예외적인 한해였다.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원가변동의 장기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요금인하를 섣불리 추진했다가 원가수준이 급속히 올라가면 요금 인상이 힘들다. 이렇게 된다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투자여력이 고갈되고 수익성이 악화돼 부실해질 수 있다.

셋째, 현시점은 휴대통신망의 고도화를 위해 투자 및 기술개발 여력에 주력할 때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사업자들에게 적정한 수익기반을 부여함으로써 망을 고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산업 육성, 정보사회화 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찍이 사업자의 기술개발 노력 및 과감한 망투자를 통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이동전화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이에 기반해 단말기와 부품 등이 중요한 수출산업이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원가변동의 장기추세, 관련산업의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현시점에서의 요금인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동전화시장은 경쟁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요금이 인하돼 왔다. 향후에도 요금인하 여력이 생기면 내리지 말라고 해도 시장경쟁 논리에 의해 저절로 요금인하가 이뤄질 것이다.

△기본료 인하 찬성 (박원석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부장)

이동전화의 거품 요금 인하를 위한 시민행동이 시작됐다.

정보통신부는 즉각 반응을 보여 올 연말에 요금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연말’까지 이를 미루겠다는 시기선택에는 동의하기 어려우며 그 속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지난 한 해 SK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사업자들은 작년 6월 이후로 신규가입자 확보를 위해 매년 수천억원씩 지출해 왔던 단말기보조금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한때 매출의 60% 이상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적자를 불려왔던 LG텔레콤이 올해 흑자로 전환된 사실에서 그 효과는 입증된다. 사업자 수가 줄면서 과열경쟁이 잦아들고 마케팅비용이 크게 준 것도 사실이다.

가입자 수와 매출은 느는 데 비해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곧 이익 확대와 원가요인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런 요인만으로도 최소 1조원 이상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은 업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요금에는 반영하지 않는 것인가.

요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단 한 통화의 에누리도 없이 매달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씩 걷고 있는 기본료는 도대체 무슨 명목인지 모호하다. ‘기지국 감가상각비’라는 업체들의 주장은 일부만 타당하다.

나머지는 통화량에 따라 증감하는 비용이며 이는 결국 본질적으로 통화료와 다르지 않은 요금인 것이다. 기본요금에 기본통화시간이 제공되는 외국의 예를 보면 현 기본료의 정체가 더욱 의문스럽다.

이런 이유들로 볼 때 현 수준에서 최소 기본요금의 30% 인하는 가능하다. 요금을 인하하라는 여론에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누적적자와 신규사업 부담을 들어 펄쩍 뛴다. 그러나 막대한 단말기 보조금과 마케팅비용을 쏟아 부으며 벌인 ‘제살 깎아먹기’ 경쟁의 결과를 왜 소비자가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전망도 불투명한 신규사업의 부담을 수익자도 아닌 이동전화 가입자들에게 떠미는 것도 전도된 논리다.

요금을 인하하면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가 심화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일각에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지배사업자에 대해 영업행위를 제한하거나 시장점유율을 통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시장지배사업자와 후발업체에 대한 규제 강도의 차별화 필요성은 많은 전문가들도 제기하고 있는 사항이다.

끝으로 시장확대 논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전문가들과 정보통신부의 무책임을 탄핵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지식사회 구현’이라는 정책목표의 그늘에서 효율적 투자, 합리적 경쟁, 소비자의 권익은 시들고 있다. 정부가 외치는 세계적 경쟁력은 장비 판매 외에 어떤 통계로도 아직 입증된 바 없다.

판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는 공급자 위주의 전략은 이제 수정해야 한다. 구시대의 해묵은 병폐가 최첨단 정보시대에도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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