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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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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 위주의 게임을 좋아하고 PC방이 번성하는 한국 게임문화의 독특함은 이미 알려진 바. 여기에 게임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열리고 있는 것도 특성의 하나로 추가할 만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메가웹스테이션에서는 초등학생 8명이 ‘하얀 마음 백구’ 게임 결선 대회를 펼치고 있었다. 치열한 1, 2차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의 손놀림은 초등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방청석에는 학부모들이 기대반 안타까움반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대회 우승자에게는 펜티엄 3 컴퓨터 등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이젠 어린이 대회가 열릴 정도로 게임 대회 문화가 번져있는 것.
게임 대회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메가웹스테이션에는 스타크래프트 킹덤언더파이어 아트록스 등 각종 대회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다.
게임업계에서는 새 게임을 출시하면 평균 500만∼1500만원 정도의 상금을 걸고 게임대회를 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월 중순 출시된 1인칭 액션 게임 ‘액시스’의 개발사는 총상금 1000만원의 게임대회를 1월말부터 개최 중이다. 3월에 발매될 ‘블랙 앤 화이트’는 게임을 살 때 아예 대회 참가권을 나눠줄 예정이다.
이제 PC게임만 대회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철권이나 춤연습기 등 오락실 게임도 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춤연습기의 경우 피겨스케이팅처럼 춤의 난이도, 창작성, 예술성 등을 고려해 점수 기준을 만들고, 이에 따라 순위를 결정하는 등 과거 예상할 수 없던 방식들도 도입됐다.
게임 대회를 여는 주체도 제작사나 인터넷 업체에서 다양화하고 있다. 동아방송대학은 이달초 대학 명칭을 내건 게임대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5월과 7월 리그 선발전을 가질 예정이다. 입상자는 신입생을 뽑는 특전도 부여할 예정. 청강문화산업대나 일부 대학도 지난해 이미 대회를 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앞의 소위 ‘녹두’거리의 PC방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스타크래프트 등 다양한 종목의 자체 대회를 최근 열었다.
심지어 게이머들이 직접 대회를 열기도 한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게임 팬들은 ‘노량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초보부터 고수까지 함께 하는 게임대회를 18일 개최한다. 대회 준비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봉두씨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좋아하는 모든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팀플레이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게임대회의 세계화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게임올림픽을 표방하며 삼성전자가 ‘월드사이버게임 챌린지’라는 이름의 대회를 열었다. 16개국에서 게임별로 예선을 가진 뒤 대표 선수가 한국에 초청돼 대회를 가졌으며 게임당 우승 상금만 무려 2700만원이나 됐다.
게임 전문가는 “외국에선 매우 드문 게임대회가 한국에선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게임의 경쟁적인 면을 좋아하는 한국 게이머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 같다”며 “그러나 게임대회라는 손쉬운 홍보 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의 부재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