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덱스21’등 액면가의 수십배 자금조달 화제

  • 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동토에 피어난 한떨기 장미.’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에도 불구하고 액면가의 10배 이상 고배율로 펀딩(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을 부르는 말이다.

지난달 정현준게이트로 벤처업계의 분위기가 더욱 싸늘했던 시기, e마켓플레이스 업체인 사이덱스21은 액면가 대비 25배로 1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 전시회 상황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주기로 코엑스측과 독점계약, 꾸준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는 게 투자의 매력으로 꼽혔다.

자본금 2억원에 불과한 M브리지도 같은 시기 소프트뱅크로부터 32배수로 12억원을 펀딩받았다. 무선인터넷 브라우저개발업체인 이 회사는 와이어리스시대의 성장 기대주로 높이 평가됐다.

▼아이디어-마케팅으로 승부▼

국내 최대 벤처자금줄인 KTB네트워크의 변준석 투자심사역은 “최근 벤처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확고한 수익모델과 영업능력만 확인된다면 얼마든지 고배율로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심리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독보적 기술’ ‘참신한 아이디어’ ‘탁월한 마케팅 능력’ 등이 있으면 갓 창업한 벤처기업이라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길이 있다는 설명이다.

올 7월 데이콤으로부터 분사한 데이콤사이버패스는 국내보다 해외 마케팅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 사례.

이 회사 류창완사장(37)은 일본 디지털그룹의 도키 다카유키 회장을 찾아가 직접 사업모델을 설명했고 도키 회장은 9월 액면가 대비 40배에 해당하는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데이콤사이버패스는 디지털그룹이 저렴한 데이콤국제전화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유치뿐만 아니라 영화나 만화 등의 일본 콘텐츠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먼저 사업성을 인정받은 이 회사는 내년에 427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액면가의 330배 유치하기도▼

어려운 시기 투자의 가장 큰 잣대는 뭐니뭐니해도 확고한 기술력. 6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용 기지국안테나를 개발한 컴뮤웍스는 동기 비동기 양쪽 모두 사용 가능한 기지국 안테나를 만들어 시연함으로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와 한국통신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올 3월 출범한 이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액은 8억5000만원으로 액면가 대비 17배였다.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검증도구를 제작하는 다이나릿시스템은 6월 액면가의 무려 330배라는 기록으로 30억원을 유치했다. 7월에는 다른 투자자에게 15억원을 더 확보했다. 이 업체의 투자유치비결은 ASIC설계 검증도구에 쌓은 확고한 기술력. 한국과학기술원(KAIST)출신의 경종민교수가 개발한 기기는 한 업체의 반도체만 검증할 수 있었던 기존 제품과는 달리 타 업체의 반도체도 검증할 수 있다.

▼세계적 기술 가져야 살아남아▼

이 업체에 투자한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의 조복래 대표는 “칩설계 검증용 장비시장이 매년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고배율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투자심사팀장은 “과거처럼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술로 펀딩을 받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글로벌한 표준이 될 수 없는 국내용 모델이라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끌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광현 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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