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세균 억제하는 '항체식품' 봇물… 효과입증 미흡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44분


사람에게 해로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체를 함유한 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항체를 함유한 계란, 요구르트에 이어 돼지의 설사병을 치료하는 항체 계란까지 등장했다.

바이오벤처기업 시트리는 6월 국내 최초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면역 달걀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여드름 원인균 항체까지 개발해 한 화장품회사와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10월에는 에그바이오텍이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과 배탈설사의 원인인 병원성 대장균에 대한 항체를 지닌 면역 달걀을 내놓았다.

한국야쿠르트도 8월 항체 유산균 음료인 ‘윌’을 선보여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여기에도 달걀 노른자에서 얻은 헬리코박터균 항체가 들어있다. 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김종만 박사팀은 최근 새끼 돼지에 치명적인 설사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 항체를 만드는 달걀을 개발했다.

항체 계란은 닭에게 죽은 균을 주사해 만든다. 이 닭이 낳는 달걀의 노른자에는 세균의 항체가 생성돼, 사람이 달걀을 먹을 경우 장내에 기생하는 균들의 성장을 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항체 식품의 효능은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임상실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항체 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돼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물 사료용 항체 식품은 ‘동물약품’으로 분류돼 품목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윌’을 시판 중인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허칠성 박사는 “4월 서울대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 이 음료를 먹은 보균자 21명 중 18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실험은 대상자가 적고,‘윌’에는 계란 항체말고도 여러 가지 한방성분들이 섞여 있어 항체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분말형 항체 계란을 선보인 시트리도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김종극 교수팀에 의뢰,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면역 달걀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위염 환자들은 매 끼니마다 항체가 들어 있는 달걀 하나분의 노른자 가루를 먹고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고 말했으나 조직검사결과 헬리코박터균의 숫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헬리코박터균은 사람의 위에 기생하면서 위염과 위궤양 등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한국인의 70%가 이 세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의사들은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항생제 치료를 해왔다.

고려대 김종극 교수는 “항생제를 쓰면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할 수 있지만, 균을 없앤 환자의 몸에서 위산이 식도를 역류하거나 위암이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체 달걀은 헬리코박터균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항체 달걀은 익혀 먹으면 면역 효과가 없다. 열을 가하면 단백질인 항체의 구조가 변해 위나 장 속에서 미생물을 공격하지 못한다. 따라서 달걀 상태로는 날로 먹거나 반숙으로 먹는 정도. 하지만 달걀을 날로 먹는 것은 살모넬라 등의 세균 때문에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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