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해외매각 놓고 비난 쏟아져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40분


한글과컴퓨터의 1대 주주가 외국인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 소비자은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 꺾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컴지키기 국민운동’을 벌였던 소비자들은 애국논리로 살려놓았던 기업을 사기업이 자본 논리에 따라 지분을 처분한 것 아니냐며 각종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유일하게 꺾지 못했던 한컴의 ‘아성’이 무너지자 다른 분야까지 외국자본의 진출이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분변동과 경영권의 향배〓한컴의 최대 주주였던 메디슨은 이번주중 보유중인 지분 10.8% 가운데 5.53%인 270만주를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텔레콤 자회사인 비커스펀드에 넘길 계획이다. 이 경우 7.28%의 지분을 가진 홍콩의 웨스트애비뉴사는 현재 2대 주주에서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메디슨측은 나머지 5.27%를 3대 주주인 무한기술투자의 5.33%와 함께 일괄적으로 국 내외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한컴 경영진은 23일 “1대 주주인 웨스트애비뉴사는 경영권 장악이 아닌 순수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고 다른 대주주의 향후 지분 매각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기 때문에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을 갖고있는 외국 투자자가 경영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따라서 일정부분의 경영개입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메디슨의 지분을 사줄만한 국내기업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한컴의 1대주주 자리를 국내기업이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기업 논란〓소프트업계와 소비자들은 98년 6월 메디슨 등이 앞장서 한컴살리기운동을 벌였던 일과 관련,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한컴 개발팀 출신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 1호라 할 수 있는 기업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는 것은 메디슨과 한컴 경영진의 실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3일 인터넷에는 “우리가 돈내서 겨우 구해놓은 ‘아래한글’이 외국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격분을 감추지 못하겠다. 한컴을 되찾아 오라”는 소비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이번 지분 변동을 계기로 한컴의 ‘애국심 마케팅’은 효력을 상당히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 한편 메디슨은 이날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에게 지분을 매각하려했지만 결국 무산되는 바람에 해외에 넘기게 됐다”고 해명했다.

<정위용·문권모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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