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게임 잘하면 대학진학 어렵지 않네"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12분


최근 닷컴기업의 TV 광고에도 출연한 프로게이머 장경호군(18)은 올해 대입 수시모집을 통해 고려대 이공계열에 합격했다.

바쁜 프로생활 속에서도 학교성적도 반에서 꾸준히 10등이내였던 장군은 “컴퓨터를 전공해 게임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ID ‘쌈장’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 이기석씨(21)는 올해 대학 수능시험을 치려다가 스스로 포기한 경우. 이씨는 이른바 ‘삼수생’. 수시모집에 응시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여러 대학에서 장학금 등을 제시하며 입학 제의를 해왔지만 1년만 더 게임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에서 대학 입학을 미뤘다.

최근 프로게이머들의 대학 진학이 늘어나면서 ‘게임만 잘하면 대학 입학도 어렵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학에서 자체 게임대회를 치러 일정 성적을 낸 선수들을 특차 입학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는 올해 컴퓨터게임학과를 신설하고 ‘피파 2000’ 게임의 박윤서 선수 등 10여명을 입학시켰다. 호서대 진주대 등 지방대도 비슷한 방식으로 프로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는 실정.

21세기 프로게임협회 장현영 기획실장은 “대학으로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홍보효과를 갖고 있는 프로게이머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고, 게이머들도 직업 수명이 비교적 짧은 게이머 이후의 장래를 생각해 대학 입학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프로게이머로 전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PKO가 국내 3대 게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120명의 프로게이머(남자 86명, 여자 34명)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 대학 재학 또는 졸업생이 54명(45%)으로 조사됐다. 또 고졸이 43명, 고교생이 23명으로 나타났다.

프로 게임구단 네이버 소속의 정훈조 윤지현 선수는 서울대생이며 같은 구단의 박상규 선수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2년생. 골드뱅크 골뱅스의 우아미 선수는 고려대 생물학과에, 조이포유의 김자혜 선수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중이다.

한게임의 신우진 선수는 고교 때 게임에 빠져 학업도 중도에 포기하고 프로게이머가 됐으나 뒤늦게 검정고시를 거쳐 단국대 건축공학과에 다니고 있다.

한 게이머 매니저는 “앞으로 연예인의 대학 진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듯 프로게이머들도 학업과 병행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