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톱]"게임으로 문화 차이를 본다 "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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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게임업체 웨스트우드의 부사장 마크 스캑스(Mark Skaggs)는 “한국 게이머의 독특한 성향을 파악하고자 왔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보듯 나라마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무엇이 다르고 왜 다를까.

스캑스 부사장은 “한국 게이머는 최대한 빠른 템포의 게임을 통해 단시간에 승부를 내고싶어 하지만 미국 게이머는 생각을 하며 게임 자체를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미국 게이머는 마우스 하나만 있으면 게임을 하지만 한국 게이머는 마우스 조이스틱 키보드까지 모두 활용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

인기장르 역시 다르다.

미국에선 간단한 퀴즈 퍼즐게임이 두각을 나타내고 그 뒤를 액션 전략 롤플레잉 스포츠 시뮬레이션 장르가 고른 비율로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스타크래프트를 위시한 전략게임과 창세기전 등의 롤플레잉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제 8월초의 판매차트 1위는 양국 모두 ‘디아블로 Ⅱ’지만 2위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우리는‘스타크래프트’ ‘삼국지7’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심즈’ ‘롤러코스터타이쿤’ 등 시뮬레이션과 퍼즐게임이 수위에 올랐다.

한국 게이머에게 승부가 안나는 게임은 별 인기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보고싶어 하며 남과 비교해 자신의 순위를 매기고 싶어한다. 이는 프로게이머붐과 게임리그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프로게이머 등록제를 공식 승인해 현재 구단에서 활동중인 200여 프로게이머가 정식 직장인으로 인정받았다.

미국에도 프로게임대회가 있긴 하지만 규모나 수준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양국 게이머의 성향차이는 나이차 때문에 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월 하트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게이머의 평균연령은 28세이지만 한국은 10대 중고교생이 위주이다. 게다가 미국 게이머의 43%는 여성이다.

한국이 남자 중고교생 위주의 게임시장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 간단한 전투위주의 게임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반면 건설 경영 비행 등 ‘생각’을 요구하는 시뮬레이션 게임과 어드벤처 게임은 외면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게임자체에 대한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게임은 어린애나 하는 것으로 여기고, 왠지 떳떳하지 못한 오락거리로만 인식된다면 한국게임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모든 세대가 함께 게임을 즐겨야 게임선진국이 될 것이다.

김 승 규(게임평론가·game4kimsk@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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