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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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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등학교들은 보통 5월말부터 8월초까지 방학 기간을 갖는다. 무려 두달반 동안의 방학은 아이들에겐 천국이지만 부모들에겐 종종 골칫거리가 된다. 캠프며 교회에서 하는 특별활동이며 갖가지 명목의 클럽에 아이들을 내몰지만(?) 아이들은 며칠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와 난장판을 만든다.
방학숙제도 거의 없어 아이들은 ‘내일은 또 무얼 할까?’를 고민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뒷마당 나무에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모아 움막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제로 익혀보는 경우도 많다. 엄마 아빠와 여행을 떠나 별자리를 헤어보거나 들판을 뛰노는 사슴과 너구리를 보며 산지식을 익힌다.
예전에 실리콘밸리엔 ‘에어포트 키드’라는 꼬마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펫 공군기지를 비롯한 이 지역의 비행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비행기의 원리와 기술을 배우고 때로는 못쓰는 부품을 얻으려고 극성을 떨었다.
이후 비행장 꼬마들은 컴퓨터 꼬마들과 세대교체를 한다. 학교가 끝나면 컴퓨터회사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발명의 꿈을 키우던 ‘컴퓨터 키드’. 그 대표적 인물이 애플의 스티븐 워즈니액과 스티브 잡스다. 컴퓨터 키드의 계보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젊은 하이테크 수재들로 이어진다.
세계 컴퓨터산업의 중심이라는 이곳에선 한국과 달리 아이들에게 애써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는다. 컴퓨터 학원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대신 컴퓨터를 발전시키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각하는 힘, 혹은 컴퓨터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훈련을 받는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익히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이들은 여유로움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중한다.
이곳 부모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야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자식이 원하는 것이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그릇된 것만 아니면 그냥 놔둔다. ‘실패는 좌절의 어머니, 나아가 전 가문의 불명예’로 해석하는 우리와 달리 이들은 실패야말로 성공의 어머니라고 여긴다.
대학에 특기생으로 입학하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되고, 수업을 빼먹으며 컴퓨터 과외를 받는다는 한국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이윤선 재미교포>eyoon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