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개기월식 '107분 우주쇼'

  • 입력 2000년 7월 17일 01시 27분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을 이루면서 달이 검붉게 변하는 개기월식(皆旣月蝕) 현상이 16일밤 우리나라 전역에서 진행돼 이를 지켜보던 아마추어 천문가와 일반시민을 흥분시켰다.

이번 개기월식은 밤 10시2분부터 11시49분까지 1시간47분 동안 진행됐지만 ‘우주 쇼’는 이를 전후한 반 그림자와 부분월식시간(오후 7시46분∼17일 오전 2시4분)까지 합해 6시간 18분간 이어졌다.

이날 아마추어 천문가와 일반시민 등 1만여명이 개기월식을 관측하기 위해 몰린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꿈돌이동산에선 오후 9시경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흩어지면서 달의 동쪽 가장자리가 가려진 모습이 뚜렷이 관측됐다.

월식이 진행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고 개기월식이 시작되면서 검붉은 보름달이 나타나자 흥분과 환호가 절정에 이르렀다.

부산 대구 창원 광주 제주 등 남부지역과 강릉 등 영동 일부 지역에서도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등 중부지역에서는 구름 때문에 개기월식을 관측하기 어려워 야외를 찾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주 쇼의 서막은 달의 동쪽 가장자리가 조금씩 가려지면서 시작됐다. 지구 그림자에 조금씩 먹혀 형체가 사라져가던 달은 밤 10시 직전 눈썹 모양으로 끄트머리만 보였다. 그러다가 10시2분 개기월식이 시작되면서 검붉은 보름달이 나타났다.

달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대신 검붉은 보름달 형태로 나타난 것은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긴 파장의 붉은 태양 빛이 달에 비쳐지기 때문.

우주 쇼는 달의 서쪽이 완전히 가려진 상태에서 동쪽부터 조금씩 모습을 보여 17일 오전 2시4분30초에 완전히 끝났다.

이번 개기월식은 지금까지 최고 길었던 1859년 8월14일(1시간47분3초) 이후 최장이었으며 앞으로 1787년 동안 이보다 더 긴 개기월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개기월식은 97년 9월17일이후 2년10개월 만으로 2001년1월10일 다시 발생한다.

<이성주·이호갑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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