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지렁이 키우는 프로그래머 민여진씨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03분


인터넷TV 업체인 넷TV코리아 프로그래머 민여진씨(26·여)는 ‘지렁이를 키우는 미녀 프로그래머’로 최근 벤처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렁이’와 ‘컴퓨터프로그래머’는 얼른 봐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민씨가 지렁이를 ‘애완 동물’로 키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민씨가 지렁이를 처음 키우게 된 것은 중학교 때. 언젠가 비가 온 다음날 화단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지렁이를 보고 ‘추울 것 같다’는 생각에 집안 화분으로 옮겨놓은 것이 계기가 돼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렁이를 모아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집안에서 키우는 지렁이만 30∼40마리. 회사에서 직원들 모르게 지렁이를 가져다 키우고 있다는 게 민씨의 설명이다.

“지렁이는 얼른 보면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화분에서 별다른 먹이를 주지 않아도 충분한 습기만 유지해주면 살아가는 생명력이 놀라워요. 매일 컴퓨터앞에서 생활해야 하는 삭막한 직장 분위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보면서 강한 생명력과 활기를 느낍니다.”

고교를 졸업한 뒤 2년간 기업체에서 경리 사원으로 일했던 민씨는 뭔가 인생을 의미있게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충북대 컴퓨터공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인터넷TV 프로그램 콘텐츠 등을 개발하는 넷TV코리아에 입사한 그는 현재 인터넷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민씨가 개발한 프로그램만 농촌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 수십가지.

민씨는 “지렁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여러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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