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이야기]암발병 후천적 원인이 더 많이 좌우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47분


자녀가 부모를 닮는 것은 생명현상의 기본이다.

흔히 쓰는 ‘집안 내력’이라는 말은 외형적인 것 뿐 아니라 성격 체질 병도 유전됨을 뜻한다.

일반인은 ‘유전병’하면 대부분 ‘내림병’을 떠올린다. 대표적인 내림병으로 알려진 혈우병은 과학자들이 어떤 집안에만 유독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엔 유전병의 개념이 넓어져 후천적으로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포함된다.

멘델이 완두콩을 통해 유전의 법칙을 설명했을 때만 해도 유전자는 단지 추상적 존재였다. 그러나 19세기 말 현미경의 발달로 세포 속 염색체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자 사정은 달라졌다. DNA의 실체가 상세히 밝혀졌으며 염기서열의 작은 변화가 많은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류 최대의 적인 암은 어떠한가? 유방암이나 대장암은 내림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나 친자매가 유방암 환자이면 유방암 발생률이 8∼18%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 3배 높고 대장암도 내림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방암 전체를 보면 5% 정도, 대장암은 10∼15%만 가족적 배경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면 암이 발생한다. 유전자의 변화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경우보다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암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유전자가 고장나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당뇨병 고혈압 혈관질환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생명과학의 발전은 유전병의 개념을 바꾸었다. 현대의학에 따르면 암이 내림병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유전질환이라고는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의 연구실은 유전자의 결함을 고쳐 암을 치료하는 연구로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허대석(서울대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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