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com벤처라이프]'옥션' 근무 나윤희실장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인터넷경매회사 옥션(www.auction.co.kr)에 근무하는 나윤희 실장(32·여)은 요즘 한결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직원이 증원되고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퇴근시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나실장의 평균 퇴근시간은 밤 10시.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9시에서 오후6시까지이지만 이는 유명무실한 규정일 뿐이다. 일찍 퇴근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된다는 생각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나은 편. 올해초까지만 해도 그의 평균 퇴근시간은 자정무렵이었다. 일은 쏟아지는데 이를 처리할 사람이 부족해 새벽 퇴근이 불가피했던 것. 토요일도 평일과 마찬가지였으며 일요일도 조금 늦게 나오고 조금 일찍 퇴근할 뿐 휴일이 아니었다. 나씨는 “예전에는 일요일에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일요일에 근무한다”고 말했다.

요즘 벤처기업 직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퇴근시간을 잊고 밤늦도록 사무실을 지키며 휴일도 없이 일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벤처기업도 영속적인 조직이라는 생각에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완화시켜가는 기업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자신과 가정을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근무의욕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커뮤니티서비스업체인 네띠앙(www.netian.com)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8∼9시경으로 다소 노동강도가 약한 벤처기업에 속한다. 네띠앙은 3월경부터 직원 1인당 8일간의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도입해 시행중이다. 1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이 리프레시 휴가는 ‘아무도 쉬지를 않는’ 분위기 아래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배려한 특별조치. 휴가 출발시 200만원을 회사에서 지급하며 아무런 조건이 없는 게 특징이다. 네띠앙은 또 학원 등록시 수업료를 대신 내주고 직원들이 보약을 지어먹으면 보약비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인터넷포털서비스업체인 다음(www.daum.net)의 이재웅 사장은 이달초 근로자의 날(1일)과 어린이날(5일)을 전후한 두차례의 연휴기간에 직원들이 쉴 것을 당부하는 E메일을 지난달 중순경 발송했다. 회사 소유의 콘도도 빌려줘 모처럼 맞이한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TV네트워크의 김명환 사장도 ‘가급적 휴일은 쉬고 일하는 시간에 열심히 하라’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시장 초기인 지금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라면서도 “이 경쟁은 기본적으로 100m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되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벤처기업 직원들에게 이같은 배려는 위안은 될 수 있지만 성공에 대한 욕심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하는 실정.

클릭TV 윤종진 부장은 “벤처기업은 시간외수당이 전혀 없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하지 말라고 해도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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