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검사로 조상 姓氏 밝혀드립니다"…英서 전문회사 등장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5분


인간의 DNA분석을 통해 성씨(姓氏)을 알아 내려는 연구가 시도돼 유전학자 뿐 아니라 혈통이나 가계(家系)를 연구자에게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유전학자인 브라이언 사이케스박사는 ‘옥스퍼드 앤세스터스(Oxford Ancesters)’라는 회사를 차리고 DNA로부터 ‘성씨’를 찾아내는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부계유전 Y염색체 이용▼

사이케스박사는 각 ‘성씨’가 본래 한 사람에게서 기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 영국에서 사용되는 1250∼1450개의 성씨 소유자들의 DNA분석을 통해 성씨별 유전적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명(地名)’과 ‘성씨’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조지 레드먼드박사는 “사람들이 공식문서를 사용하기 전에 성씨는 문서와 같은 기능을 했다”며 “‘Smith(대장장이)’와 같은 성씨의 의미에서 시조를 추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케스박사는 영국에 유권자로 등록돼 있는 약 1만명의 ‘사이케스’성씨 중 표본을 추출해 그들의 뺨 안쪽 세포들을 분석했다. 그는 ‘성씨’처럼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전해지는 ‘Y염색체’에 주목했다.

극소수의 돌연변이나 부수적인 변화들을 제외한다면, 다른 염색체들과는 달리 Y염색체는 ‘아담’으로부터 모든 아들에게로 변동없이 전해진다. 각각의 Y염색체 혈통은 DNA 변화를 담은 자신의 기호 세트를 가지고 전달되기 때문에 남자의 혈통 추적을 위한 완벽한 틀이 된다.

사이케스박사는 ‘미국 유전학 연구(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최근호에 “같은 성씨의 Y염색체들 사이에서 오직 하나의 DNA기호만이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최초에 오직 한 사람의 사이케스만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공통의 유전적 기호를 가지지 않은 사이케스들은 아마도 그들의 조상 중 어디쯤에선가 사이케스 성씨의 아버지 없이 태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도 사이케스 성씨중 아버지 없이 태어난 비율이 세대 당 1.3%인 것을 보면 사이케스부인들은 상당히 정절을 지킨 셈이다. 왜냐하면 현재 영국 인구 중 성씨가 다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비율은 2∼5%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5% 혼외관계 출생▼

그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세 개의 성씨도 분석해 사이케스의 경우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것은 성씨와 관련해서 DNA기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DNA 표본과 성씨를 연결해 주는 법적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고 혈통학이나 가계도 연구를 위해서도 이용될 수 있다.

“처음에는 가계나 혈통에 관심이 없었던 사이케스박사가 그의 조상이 살았던 요크셔를 방문한 후 혈통 연구에 뛰어들었다”는 레드먼드박사의 이야기는 자신의 기원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성향임을 보여준다.

-‘www.nytimes.com/library/review/040900sci-dna-review.html’ 참고-

<김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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