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여름날씨 77년이후 변했다"…8월 강수량 급증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장마, 불볕더위, 가을장마로 이어지던 한반도의 여름 날씨 패턴이 1977년 이후 크게 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허창회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28일 기상청 주최로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장마 국제심포지엄’에서 “54∼99년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77년 이전과 이후의 여름철 강수량 형태에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교수는 “54년부터 76년까지는 6∼7월 여름장마, 8월 고온건조한 한여름, 8월 하순 가을장마라는 한반도의 전통적인 여름철 강수 패턴이 되풀이됐지만 77년부터는 일반적으로 건기로 인식되던 8월의 강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름철 강수 패턴의 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시아 대륙의 대류권이 불안정해지면서 8월에 만저우(滿洲)지방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로 자주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허교수의 설명.

허교수는 “이 공기가 여름철 한반도에 자리잡고 있던 고온다습한 기류와 만나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90년대 8월의 강수량은 50년대에 비해 평균 100㎜ 가량 늘어났고 서울의 경우 77년 이전의 8월 월평균 강수량은 267㎜에 불과했지만 77년 이후에는 346㎜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도쿄대 기후시스템 연구소의 나오키 사토 교수는 59∼68년과 86∼95년 일본의 장마전선 이동 경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일본 역시 최근 들어 장마전선의 북상 속도가 늦어지면서 여름철 날씨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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