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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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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선발기술주들이 주도권 탈환에 실패해 주가흐름이 성장주 일변도에서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성장주나 인터넷 환경에 잘 적응해가는 가치주 등 ‘성장성 가치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성장과정을 압축한 매기순환〓E*미래에셋증권 이정호과장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들은 작년 10월이후 ISP→콘텐츠→통신장비→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매기순환을 거쳤다”며 “국내 증시에서도 이런 순환이 동조화 메카니즘을 매개로 압축된 형태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ISP가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게임 오락 등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가입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네트워크장비가 모자라게 됐고, 네트워크 업체의 재고가 급격히 줄면서 시스템소프트웨어, 스토리지, 솔루션 등의 소프트웨어업체도 덩달아 각광을 받았다. 인터넷기술이 처음 상업화되면서 업종별 연관고리를 따라 성장사이클을 한바퀴 돌게 된 셈이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기업으로서 가장 먼저 고점을 친 것은 AOL을 비롯한 ISP기업들. 작년 12월 중순의 일이다. 그 다음에 야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종목들이 작년말에 고점을 기록했다. 2월이후의 금리상승기에 나스닥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시스코시스템스(서버), 3COM(허브 스위치 라우터), 시에나(광통신장비) 등 통신장비업체. 뒤이어 마지막으로 베리타스(스토리지), 베리사인(인증솔루션) 등 소프트웨어업체들이 3월중순경 잇달아 고점에 올랐다.
▽성장성기술주가 주도권 쥔다〓증권전문가들은 “향후 기술주 향방은 선발기술주인 ISP와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가 시그널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ISP와 콘텐츠야말로 정보의 바다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인터넷산업의 수출 전진기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 ISP나 콘텐츠기업들은 아직 변변한 수익창출 모델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E*미래에셋증권 이과장은 “일부 포털이나 콘텐츠기업들이 비즈니스 자체에 대해 특허를 내는 등 사후적인 진입장벽을 쌓으려 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며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는 인수합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증권 박종현과장도 “하반기들어 국내 인터넷 포털 및 콘텐츠간에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 러시가 거세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ISP나 콘텐츠업체의 증시주도권 회복은 당분간 어려우며 앞으로 상당기간 이들 업종 안에서 생존게임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증시의 주도권은 성장성 가치주로 넘어가게 된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기술주와 가치주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산업재편과정에서 BtoB(기업간 전자상거래) 등 일부 분야에서는 순수 온라인기업보다는 오프라인기업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