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유전자 "病, 인간 손안에"…질병 발생-시기 예측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36분


“당신의 DNA칩에 따르면 내년 폐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95% 높습니다. 담배연기 근처에 얼씬대지도 마세요.”

21세기엔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돼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감염으로 인한 질병을 제외하고는 인간이 앞으로 걸릴 병을 미리 알고 막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러나 인종 차별 못지않은 ‘유전자 차별’ 등 부작용도 클 것으로 보인다.

▽6월 게놈프로젝트 완성〓‘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2015년 완성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2006, 2005, 2003년 등으로 차츰 앞당겨지더니 지난해 말 미국의 벤처기업 셀레라사는 2000년 6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인류의 운명을 바꿀 ‘대사건’이 불과 여섯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스핑크스의 침묵〓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됐다고 곧바로 생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완성된 유전자 지도를 갖고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고장을 밝혀내야 한다. 과학자들은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뒤 해답이 나올 때까지의 기간을 ‘스핑크스의 침묵’이라고 부른다.

▽침묵이 끝나면〓2030∼2050년이면 △DNA칩 △유전자치료 △유전자백신 등이 보편화될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칩과 병원에 보관된 유전자지도를 비교 진단, 환자가 특정한 병에 걸릴 시기와 확률을 미리 알 수 있다. 예상환자에게 미리 유전자를 고쳐줘 병을 예방하는 DNA백신과 유전자치료 등도 유행할 것이다.

▽빛의 그늘〓몇몇 기업에선 사원 채용시 특정한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며 유전자칩을 신체검사 대신 이용하는 기업이 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가 나쁜 사람은 취업부터 봉쇄당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개봉된 SF영화 ‘가타카’에서처럼 우성유전자 인간과 열성유전자의 인간이 양분되고 우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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