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통신 大戰」불꽃…「21세기 황금알」차지 각축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데이콤 신세기통신 하나로통신 등 국내 굴지 통신업체들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재계의 각축전이 심화되고 있다.

데이콤의 경우 증권거래소는 10일 삼성 계열사가 최근 이 회사주식 24만5천주(1.31%)를 취득해 지분율을 17.25%로 올림으로써 동양(16.68%)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96년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당시 정보통신부와 약속한 ‘5% 지분제한’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LG도 우호지분을 합치면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실질적 최대주주. 삼성과 동양이 지분을 합칠 경우 LG와 비슷해져 LG의 데이콤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LG가 데이콤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이 데이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고 동양은 어느 한쪽에 지분을 비싸게 파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재벌간의 각축전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포철과 코오롱이 공동경영을 해온 신세기통신도 12, 13일 이틀간 실시되는 1천억원 증자를 앞두고 경영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94년 전경련이 제2이동통신사업자(현 신세기통신)를 선정할 때 5년간 금지해온 지분매각이 5월부터 풀리기 때문에 2%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신세기통신 주식을 대량 내놓을 전망이어서 재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증자과정에 불참했던 삼성이 벌써 이번 증자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휴대전화시장의 1인자인 SK텔레콤도 “신세기통신이 삼성에 넘어가는 것은 두고볼 수 없다”는 입장.

이달부터 시내전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하나로통신도 누가 주인이 될지 관심사다.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는 데이콤(10.82%)이지만 데이콤 자체의 경영권 향방이 불투명하기 때문.

더구나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인 한전과 두루넷(각각 5.48% 보유)이 지분매각 의사를 밝혔고 현대도 반도체 보상빅딜과 관련해 하나로통신의 지분을 LG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통신사업이 △한국통신 △SK △LG 등 ‘빅3’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동안 통신사업 진출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삼성이 어떤 형태로 기업인수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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