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 포기,한컴사장 이찬진은 누구?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8분


한국의 빌 게이츠. 자신의 이름조차 상표로 등록될 만큼 벤처기업의 상징이었던 이찬진 한컴사장(33). 그는 ‘아래아한글’을 가장 잘 요리한 벤처기업가였지만 끝내 좌절하고 말았다.

소프트웨어 천재로 잘 알려진 이사장은 실제론 아래아한글을 개발한 적이 한번도 없다. 아래아한글 개발주역은 서울대 후배인 김형집씨와 우원식씨.

이사장의 공로는 89년 방위병 복무시절 용산 러브리컴퓨터를 통해 ‘아래아한글1.0’을 처음 상용화한 것이었다. 이듬해 10월 그는 한글과컴퓨터를 설립했다.

이사장은 93년 당시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에 힘입어 매출액 1백억원을 넘어서는 굴지의 벤처기업으로 부상했다.

95년. 이사장과의 의견 차이 끝에 아래아한글 개발주역인 김형집씨와 박흥호씨가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이사장은 96년 한컴을 코스닥에 상장, 주가가 최고 24배까지 치솟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때부터 회사 안팎에선 ‘한컴이 망한다’는 악성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그 해 처음 개발한 윈도용 아래아한글도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사장은 이후 워드 사업을 발판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해왔다. 인터넷접속서비스 컴퓨터교육 인터넷검색엔진(심마니) SI사업 등 숱한 시도를 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올들어 직원 30%를 정리해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한컴 지분매각을 시도했으나 끝내 부도 위기에 몰려 경쟁사인 MS에 긴급 투자를 요청했다. 그 대가는 아래아한글 사업포기.

‘아래아한글’을 상업화해 10년간 팔아온 이사장은 자신의 손으로 ‘아래아한글’을 역사에 묻은 장본인으로 남게 됐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