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의 계절/식물]「근친혼」엄금…자가수정 거의 못해

  • 입력 1998년 3월 25일 08시 16분


식물의 짝짓기는 동물과 차원이 다르다. 식물의 사랑은 동물의 성욕과는 거리가 먼 사랑을 한다.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두뇌가 식물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종족 번식의 의무가 있을 뿐이다.

서울대 홍영남교수(생물학과)는 “식물에는 ‘짝짓기’라는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식물은 짝짓기에 있어 미생물보다도 오히려 덜 ‘전략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식물은 암수가 따로 나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꽃안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것이다. 암술은 대부분 하나지만 수술은 숫자가 많다. 동백꽃의 경우 1백개 이상의 수술이 있다. 수술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은 식물이 스스로 움직일수 없어 꽃가루를 암술에 보낼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암술과 수술이 다른 개체로 나뉘어 있는 식물의 경우 사랑은 더욱 안타깝다. 그저 바람의 힘을 빌려 허공에 꽃가루를 무작정 뿌려대거나(풍매화) 아니면 제삼자인 곤충이나 동물의 도움을 얻어 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충매화).

식물도 사랑하면 ‘흥분’한다. 벼의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히면 순식간에 ‘반응’이 일어난다. 암술머리 세포가 꽃가루 주위에 끈끈한 점액을 분비하고 꽃가루도 표면에서 특정한 액체를 내놓는다.

식물의 사랑에도 근친혼을 금지한다. 많은 식물은 자가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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