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線形의 과학]공룡의 멸종도 「필연」

  • 입력 1998년 2월 18일 09시 19분


공룡의 멸종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공룡은 2억8천만년전 트라이아스기에 발생해 쥐라기와 백악기를 거치면서 2억년간이나 지구를 지배했다. 어떤 생물도 공룡을 제치고 감히 ‘지배자’의 위치를 탐내지 못했다. 그런 공룡이 백악기 말인 6천5백만년전 돌연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도 서서히 멸종해간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선형(線形)적 사고방식에 따르면 생물의 멸종은 서서히 비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룡의 멸종 과정은 급격히 이뤄졌다. 따라서 공룡 멸종을 선형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를 ‘도입’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80년대 일단의 과학자들은 백악기말에 형성된 지층에서 이리듐이 다량 포함된 지층을 발견하고 ‘운석 충돌설’을 제기했다. 지름이 수㎞에 이르는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먼지와 파편이 하늘을 뒤덮었고 식물의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공룡도 함께 멸종되었다는 가설이었다. 공룡 자신의 문제보다는 외부의 ‘돌발 변수’로 멸종 원인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복잡성의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공룡의 멸종을 ‘필연’으로 간주한다. 우선 지구상에 나타난 5백억종의 생물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은 5천만종. 생존확률은 1천분의 1, 즉 공룡이 계속 번성할 수 있는 확률은 0.01%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룡의 멸종은 예측가능한 ‘통계적 사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세한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복잡계의 시각에서도 공룡의 멸종은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질서와 혼돈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던 공룡이 일순간 혼돈의 행태를 보이면서 먹이사슬에 거대한 혼란을 초래해 결국 자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복잡계란 ▼ 기존의 과학은 자연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법칙(질서)을 세우고 이 법칙에 맞지 않을 경우 예외로 규정하거나 오차로 간주했다. 과학은 그동안 이 법칙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분자와 원자 등 미시의 세계로 ‘진군’해갔다. 그러나 미시의 세계로 갈수록 모든 것은 불투명하고 불확실해졌다. 이른바 복잡계(Complex System)가 떠오른 것이다. 복잡계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대1 대응방식의 기계론적 과학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잡계는 특히 생명현상과 관련된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단적인 예가 사람의 뇌. 뇌 신경세포는 각각 비슷한 모습을 띠고있지만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기억과 학습, 사고와 추론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능을 수행한다. 1대1이 아닌 시스템의 작동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복잡계 측면에서 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잡계는 한마디로 지금까지 ‘불가사의’로 여겨졌던 부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패러다임이다. 과학자들은 복잡계를 해석하기 위해 △선형이 아닌 비선형적 수학해석 △절대작용이 아닌 상호작용 △연속성이 아닌 불연속성 △환원이 아닌 종합을 기본 ‘법칙’으로 삼는다. 〈최수묵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