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보안 「모래성」…국가-기업은 『나몰라라』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정문 앞 전자감시장비, 유출 디스켓 자동소거장치, 팩시밀리와 전자메일에 대한 첨단 보안장치…. 삼성반도체는 타기업은 물론 국내 정보기관에서도 이 회사의 보안 시스템을 견학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자랑해온 ‘철옹성’으로 알려져 왔다.그러나 이번 64메가D램 핵심기술 유출사건은 ‘사람 보안’에 실패한 국내 기업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 퇴직 연구원 관리 실패 ▼ 반도체 회사의 최고 인력은 설계 엔지니어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으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해고된 삼성 LG반도체 현대전자의 고급엔지니어들이 대만이나 해외업체에 속속 ‘유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20여명의 연구인력이 대만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D전자 이모박사는 “대만은 국가적 차원에서 D램 개발을 지원, 경력 5년 이상의 한국 설계엔지니어들을 국내 연봉의 2∼3배를 주고 채용하고 있다”며 “첨단 장비를 동원해 각종 기밀서류에 대한 보안을 잘해봤자 사람관리에 실패하면 보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 국가관리 허점 ▼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지난 80년대부터 미 중앙정보국(CIA) 등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첨단업체의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국가기관이 산업스파이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국내 핵심기술인력 리스트도 없고 이들에 대한 관리대책이 전혀 없다. 적어도 국가기관이 국내 핵심 기술인력의 동향정도는 파악, 이들의 해외취업시 발생 가능한 핵심산업 정보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연구원 이기주의 ▼ 관련업계 중진들은 “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핵심산업의 연구원들은 개인차원이 아니라 애국차원에서 연구를 해왔지만 최근의 젊은 연구원들은 개인의 성취나 보상을 보다 중요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 연구원들 사이에서 벤처기업 창업붐이 불어 반도체나 컴퓨터 회사마다 20∼30명이상의 연구인력들이 회사를 그만둔 뒤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90%이상이 부도를 내 국내 첨단기술을 탐내는 외국업체들이 고액으로 스카우트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훈·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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