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에 의해 생명과학의 신비가 하나 둘씩 벗겨지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20세기초에 비해 이미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2500년경이면 1백40세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현대인의 고민인 대머리와 비만도 유전자 치료와 약제의 개발로 21세기 초반에는 정복될 전망. 사고나 질병으로 잃은 장기도 하나 둘씩 인공물로 대체되고 있다. 생명의 수수께끼에 대한 과학의 진전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 최근의 연구 현황을 살펴본다.》
▼ 老化연구 어디까지 왔나 ▼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과학은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건강한 노년을 맞도록 하기 위해 쉼 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노화는 왜 일어나는가. 여기에 대해 과학적인 확답은 아직 없다. 다만 여러 연구에 따라 크게 예정설과 손상설로 나눠볼 수 있다.
예정설이란 사춘기나 폐경기가 오듯이 우리 몸에 일종의 생물학적 시계가 있어서 ‘삶의 가을’이 찾아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화를 일으키는 노화유전자 발현설, 생물학적 리듬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점차 감소한다는 호르몬설, 면역기능의 감퇴로 병에 걸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노화가 초래된다는 설 등이다.
사람을 늙게 하는 노화유전자를 찾는다면 앞으로 이 유전자를 조작해 영생불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세계의 과학자들은 노화의 촉진과 제어, 수명 결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학자들은 노화유전자가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으며 장수와 관련된 여러 유전자들이 연계돼 노화에 종합적으로 관여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손상설은 신체에 대한 위험요인이 축적됨으로써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 한 예로 당(糖)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지만 과잉상태가 되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노화를 일으킨다. 또 몸안의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유해 활성산소가 세포나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 잘못 만들어진 효소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화를 막으려는 노력 역시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유해 활성산소 관련 부문.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초파리 가운데 오래 사는 놈만을 골라 교배시킨 결과 평균수명이 두배나 긴 초파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초파리들은 유전자 분석 결과 유해활성산소를 처리하는 항산화효소 생산능력이 보통 초파리보다 뛰어났다.
미국의 사우스메소디스트대에서는 반대로 항산화효소를 많이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초파리를 만들어 수명을 비교한 결과 다른 파리보다 3분의1 정도 더 살았다.
이밖에 20여종의 생물을 분석, 오래 사는 쪽이 체내의 항산화효소치가 높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놓고 학자들은 항산화제를 많이 생산하는 유전자를 사람의 유전자에도 끼워 넣는다면 수명을 많이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의 노화 연구에서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입증된 것은 칼로리 줄이기. 실험용 쥐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공급하되 평소보다 적은 30∼50%의 먹이만 준 결과 원래대로 먹은 쥐에 비해 30% 정도 더 오래 산다는 연구가 30년대에 발표되었다. 현재 미국노화연구소에서 원숭이에 이어 인체 실험도 추진중이다. 음식 양을 줄이게 되면 유해산소가 적게 생기게 되는데 학자들은 이것도 노화를 막는 한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만든 항산화효소나 나이가 들면서 분비가 줄어드는 성호르몬 성장호르몬 DHEA 멜라토닌 등을 섭취하면 노화 예방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은 폐경후 여성에게 심장병과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있고 성장호르몬은 근육을 강화하고 지방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르몬분비가 정상인 사람의 경우 밖에서 호르몬제제가 들어오면 신체에서 자체 합성을 하지 않는 속성이 있으며 먹는 항산화제는 소화기를 통과하면서 파괴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은 영양과 더불어 노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병이 들지 않고 정상적인 노화과정을 거친 노인은 심장박동이나 혈류공급이 젊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또 폐기능도 20세와 70세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뇌의 판단력도 정상이라고 한다.
60년대부터 30여년간 자원자 개개인의 노화과정을 조사하고 있는 미국의 ‘볼티모어 노화종적연구’에 의하면 대학시절부터 운동을 많이 하고 스포츠나 레크리에이션 등을 꾸준히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수가 예상치보다 15%나 줄었다고 한다. 공중보건을 위한 노력과 경제력 향상, 좋은 영양, 교육수준의 향상, 의학의 발달 등이 노인들의 건강을 뒷받침했기 때문.
우리나라도 노인인구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평균수명이 연 1∼1.5세씩 증가하는 추세지만 노화연구는 시작단계다.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는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관련한 노화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장기 연구과제인 ‘서울 노화 종적연구’에 착수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예측에 의하면 2500년쯤이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1백40세로 지금보다 약 두배 정도 늘어난다. 몇백년 후에는 과학의 힘으로 수명이 길어질 것을 믿고 유체를 냉동보존해 그때가 오면 해동해 달라며 유언을 남기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래의 부활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21세기 첨단과학이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도움말〓서울대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소장 권인순박사, 전남대의대 양성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