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보화 랭킹/좌담회]『대학정보화는 국가의 경쟁력』

  • 입력 1997년 10월 31일 20시 14분


《일반대와 전문대를 합쳐 전국에서 1백95개 대학이 참여한 올해 대학정보화 랭킹평가는 학내의 전산시설은 물론 정보화 활용도에 초점을 맞춰 그 성과를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정보화 열풍으로 대학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대학정보화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인지 대학인들로 부터 직접 들어본다.》 현승일총장〓두 차례에 걸친 대학정보화랭킹평가는 시대를 앞서가려는 대학의 노력을 세상에 알리고 대학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대학들은 언제나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기 위해 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대학은 세상의 흐름을 잘 읽지 못하고 둔하다」는 편견 때문에 「대학은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죠. 김효석교수〓대학이 변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불과 1년전의 모습과도 판이하게 다릅니다.1년전만 해도 컴퓨터를 전혀 만져보지 않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모르면 졸업은커녕 학교 숙제도 못 냅니다. 「컴맹, 즉 F학점」이죠. 과거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교육파괴의 시대가 왔습니다. 아무리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고 깊어도 정보화에 처지면 존재 자체가 불안한 시대가 요즘입니다. 동아일보의 정보화 랭킹평가가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것 이상의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대학들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연지영씨〓제가 입학한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이 왜 필요한지 몰랐어요. 이제는 온라인으로 수업도 하고 인터넷으로 과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라도 인터넷을 못하는 학생이 없죠. 그런데 평가결과를 보면 재정사정이 좋은 대학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현〓저는 인문사회 전공자이기 때문에 사실 정보화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죠. 때문에 전산정보원장을 200% 신뢰하는 것으로 정책을 대신했습니다. 정보화에 대한 예산은 아끼지 않았죠. 그러나 「정보화〓돈」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국민대가 랭킹 3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실제 투자액은 다른 대학들보다 많지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투자 자체보다는 기존의 정보화 인프라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느냐에 평가의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봅니다. 김〓정보화 기반을 닦는 데 돈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엄청난 액수를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돈이 많이 들어가는 초기 투자가 있은 후에는 그 시설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죠. 활용하는 데도 물론 적지않은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대학의 정보화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연〓학생입장에서 대학 정보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학교의 시설입니다. 컴퓨터가 점점 더 많이 눈에 띄고 학교 수업에 PC통신과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아, 내가 낸 등록금이 여기에 쓰였구나」하는 뿌듯함을 갖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적지 않은 돈을 매 학기 내는 학생 입장에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성적이 나쁜 대학은 지금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아요. 현〓혼자만 있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주위에 비교할 만한 누군가가 있어야 나의 단점을 알게 되고, 이 단점을 고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공정하게 「줄」을 세우느냐도 물론 중요합니다. 대학정보화 평가의 의미는 대학들이 정보화를 추진해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평가 결과를 통해 대학들은 더 나은 대학들과 비교하게 되고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대학은 나름대로 최고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학 모두의 발전이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동아일보의 정보화 평가 항목은 그 질적인 면에서도 전산 전문가들에게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서만 정보화 투자를 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니까요. 대학들을 「줄」세워서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90%이상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김〓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동아일보의 평가 항목에 근거해 올해 정보화 예산을 책정하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다음부터 평가를 할 때는 평가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평가 내용이 곧 국내 대학의 정보화 방향을 설정하는 무서운 힘이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의 경우는 투자에 중점을 두고 평가했고, 올해는 투자 외에 활용과 성과에 초점을 두고 평가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기본 투자가 있은 후에 활용도 있고, 성과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동아일보는 신중하게 평가항목을 결정해 대학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연〓이화여대의 경우 지난해는 11∼20등 사이인 2군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10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굉장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물론 순위가 떨어졌더라면 언짢았겠지만 저도 평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공부도 잘 안 하게 되잖아요. 김〓평가를 떠나 정보화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 기업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뭔가 뚫고 나갈 방도를 찾아내야 할 때인데 바로 그 해답이 정보화입니다. 미국의 경우 정보통신사업이 매년 40% 이상씩 고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미국 경쟁력의 원동력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마당에 유독 미국만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의 호황은 경제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정보통신산업이 미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경제의 탈출구도 정보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미래의 우리 경제를 책임질 인재는 바로 학생들입니다. 대학의 정보화가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연〓아무리 원격강의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반드시 학교에 나와 교수님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얼굴과 얼굴이 마주쳐야만 생기는 인성과 학습의 조화 같은 것, 그게 시너지 효과 아닐까요. 기계가 할 수 없는 무엇이 교실에 있다고 봐요. 현〓인간교육도 무시할 수 없죠. 요즘 없는 게 좋다는 식의 논리가 많습니다. 캠퍼스가 없고 교수가 없고 책이 없는 대학을 만드는 게 정보화의 목표인 것처럼 알고 있는 대학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정보화 목표는 실력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간미 넘치는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효율을 극대화해 훌륭한 교육서비스를 만들고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적인 학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위해서 정보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키워낸 인재들이 국가의 장래를 밝게 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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