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백악관 무선호출기 해킹당하다

  • 입력 1997년 10월 8일 07시 38분


9월말 인터넷의 뉴스사이트에는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행성 지구의 해커들(The Hackers On Planet Earth)」 명의로 발표된 이 글은 4월 27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동안에 주고받은 메시지를 그들이 가로챘다는 내용이었다. 백악관에서 이용하는 문자 삐삐가 해킹당한 것이다. 해킹 내용은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당시 클린턴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메시지, 빨리 연설문을 갖고 오라는 메시지, 카터 포드 부시 등 전직 대통령들을 어떤 식으로 행사장에 이동시킬 것인지에 관한 아주 상세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내용은 「행성 지구의 해커들」에 속한 한 회원의 홈페이지(www.inch.com/~esoteric/pam_suggestion/output.html)에 등록돼 있다. 이것을 읽어보면 백악관 경호원들이 쓰는 암호와 그들만의 속어를 엿볼 수 있다. 클린턴대통령을 「독수리」라고 부르며 모든 활동을 서로에게 세밀하게 알리고 대통령 전용기인 미공군 1호기(AF1)와 관련된 정보도 자세하게 주고 받는다. 해킹을 한 「행성 지구의 해커들」은 클린턴정부가 펴온 암호화 관련기술에 대한 규제에 항의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암호기술을 정보화시대의 핵폭탄으로 취급, 자국의 고급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규제정책을 펴왔다. 해커들은 사람들이 어디에 살든 누구나 자신의 정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 정부에 『당신들이나 똑바로 하시오』란 냉소적인 메시지까지 남겼다. 이런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백악관에서는 그동안 삐삐 시스템이 보안에 취약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만간 이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논평을 서둘러 발표했다. 안진혁(나우콤 콘텐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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