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정보통신」계열사 없으면 『不出』…신규사업 몰려

  • 입력 1997년 5월 21일 08시 07분


「21세기 재계 승부처는 정보통신」. 요즘 재계는 웬만한 중견기업조차 「정보」자가 들어가는 계열사 한두개씩 없으면 남에게 뒤지고 뭔가 큰 일날 것같은 분위기다. 비스켓을 만드는 회사부터 제지회사 시멘트회사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사업을 하지않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너나 할 것없이 정보통신쪽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신규통신사업이 있다 하면 우르르 달려들어 한개 컨소시엄에 수백개 기업이 몰린다.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않는다. 1천1백24개. 지난달 30일 마감한 신규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 신청서를 낸 기업 숫자다. 제과회사 제약회사 가스회사 양조회사 등 전 업종에 걸쳐 1천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5개 정보통신사업 분야 19개 신청 법인에 주주로 참가했다. 가히 정보통신 러시다. 계열사중에 정보통신기업이 없으면 불출(不出)이란 말을 들을 법하다. 가장 많은 참여 기업이 몰린 컨소시엄은 제2시내전화사업을 신청한 하나로통신(가칭). 4백44개 기업이 주주사다. 업종도 다양해 한국의 기업체 편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각 컨소시엄의 주요 주주사 중에서는 그동안 정보통신사업과 인연이 먼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사업을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도 그렇고 식품이 주력인 빙그레는 시외전화를 신청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주파수공용통신(TRS)과 국제회선임대를 노리고 있다. 한올제약 서호주정공업 원플라스틱 등도 TRS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시가스회사들도 일제히 각 통신 서비스에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대일도시가스 경남에너지 경동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등이 무선호출과 TRS를 신청했다. 하나같이 새로운 정보통신사업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국내 중견기업의 한 임원은 솔직히 고백한다.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진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보통신을 하지 않으면 낡은 기업이라는 느낌을 주고 유능한 인력이 기업에 입사하려 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덧붙인다. 정보통신을 한다고 누구나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기업 전체가 골병들 수 있다. 국가경쟁력 측면에선 자칫 국내 정보통신 산업의 체질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꺼번에 몰리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생각만큼 당장 수익성이 높지 않아 올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 바람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현재 서비스준비에 한창인 개인휴대통신(PCS) 무선데이터 TRS사업자들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구경 좀 하게 해달라며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그런가하면 정보통신 러시를 노려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기업들도 없지 않다. 사업 허가를 받은 후 할당된 지분을 비싼 값에 팔아 차액을 거머쥐는 투기형이 바로 그들이다.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정보경제의 두얼굴을 똑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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