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우신]멧돼지의 역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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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최근 야생 멧돼지가 도심에까지 출몰해 시민에게 공포감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제 멧돼지는 야생동물 관련 환경문제를 넘어 국정사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유해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24시간으로 확대하고 수렵장 개장 지역을 늘리는 등 멧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멧돼지는 우제목 멧돼짓과에 속하는 잡식성 포유동물로 12월부터 2월까지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를 한 암컷은 약 120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끼를 낳는다. 멧돼지 새끼는 등에 줄무늬가 있고, 성체는 최대 300kg까지 무게가 나가는 대형 포유류에 속한다. 평소에는 사람을 먼저 피하지만 새끼를 데리고 다니거나 가을철 등산객에 의해 놀랐을 경우 먼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멧돼지는 왜 도심에까지 출몰하는 것일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멧돼지 도심 출현 빈도는 2009년 31회, 2010년 79회로 출몰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도심 출몰 이유는 멧돼지 개체 수 증가로 인한 서식지 내 경쟁 심화, 개발과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도토리 등 먹이 부족, 도시 외곽지역 유해야생동물 구제로 늘어난 개체의 도시권 진입 등으로 볼 수 있다. 그중 멧돼지 개체 수 증가가 도심 출현 및 농작물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개체 수 증가의 원인은 멧돼지의 높은 번식력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멧돼지의 높은 번식력은 기하급수적인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 또한 1년생 멧돼지는 어미로부터 독립해 그해 겨울 가장 많이 사망하는데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한 겨울철 기온 상승, 적설량 감소 등이 멧돼지의 생존율을 높인 요인이다. 환경부의 야생동물 보호 노력과 밀렵 방지대책의 성과 역시 멧돼지 개체 수 증가로 이어졌다. 그동안 멧돼지는 밀렵꾼 사이에서 값비싼 동물로 인식돼 많은 수가 밀렵으로 사라졌다. 환경부의 노력에 따른 밀렵 감소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멧돼지는 이처럼 보호와 사회적 문제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멧돼지의 도심 출현 및 농작물 피해를 막으려면 적절한 개체 수를 관리해야 한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운영 중인 시군 순환 수렵장제도를 정비해 멧돼지 포획률을 높이고 피해가 심한 계절에는 유해야생동물 포획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도심의 경우 총기 사용보다는 멧돼지 포획틀을 이용해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고 도로 주변에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 차량사고를 방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도심지역에 멧돼지 조사구를 신설해 밀도 및 분포를 정밀조사하고 장기적으로 멧돼지의 서식지가 파괴된 곳은 다른 서식지와 연결해 주는 생태통로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멧돼지에 대한 기초생태 연구가 미미해 멧돼지의 행동권, 밀도, 생존율, 개체군 분산 등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같은 야생동물, 특히 대형 포유류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멧돼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의 건강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멧돼지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우리와 같이 살아가야 할 생명이다. 멧돼지가 먹이를 먹기 위해 파헤치는 행동은 식물에 긍정적인 교란으로 작용해 종 다양성을 높이고 진흙목욕을 위해 만든 멧돼지 목욕 자리는 다른 야생동물에게 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처럼 멧돼지가 문제 될 경우에도 우리 모두 생명 존중의 마음으로 피해 대책을 시행하면서 인간과 멧돼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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