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33>樊遲가 問仁한대 子曰, 居處恭하며 …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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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전체에서 공자의 제자 번지는 세 번이나 仁에 대해 물었다. ‘子路(자로)’의 이 章에서 공자는 恭 敬 忠을 지키는 일은 미개 지역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 되는 인간의 근본 덕목이라고 했다. 仁을 일상생활의 태도에 연관해 말한 것이어서 대답이 무척 친절하다.

居處는 평소 집에 편안히 있음을 말한다. 恭은 恭遜(공손)이다. 執事는 일을 맡아 행함을 말한다. 敬은 敬愼(경신)이다. 與人忠은 남과 교제하면서 진심을 다함이다. 之는 ‘가다’라는 뜻의 동사다. 夷狄은 미개 지역을 뜻한다. 不可棄는 恭 敬 忠의 셋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공자와 제자들은 恭을 중시했다. 곧, 공자는 舜(순)임금을 칭송해서 ‘자기 몸을 공손히 하였다’고 했고, 문인들은 공자를 예찬해서 ‘공손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조선 인조 때 趙翼(조익)은 평소 용모를 공손히 가지겠다고 다짐하고 서재를 恭齋(공재)라 했다. 선비 화가 尹斗緖(윤두서)가 호를 ‘공재’라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공자와 유학자들은 敬을 대단히 중시했다. 趙翼은 내면으로 敬을 보존하기 위해 戒懼(계구)와 愼獨(신독)의 공부를 하고 외면으로 敬을 유지하기 위해 容貌(용모)와 威儀(위의)의 원칙을 지키라고 했다. 자기 몸을 공손히 하는 것을 恭己(공기), 어느 때든 敬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持敬(지경)이라고 한다. 설렁설렁 무의미하게 살아가기 쉬운 우리가 해야 할 공부가 바로 이 恭己와 持敬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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