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한미동맹의 존재이유를 확인할 때다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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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전후(戰後) 미국이 지원한 국가 중 가장 성공한 나라가 한국이다. 최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세계에 실증(實證)해 보인 나라가 지금 북의 ‘핵 인질’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으로서 당연한 이런 언명(言明)이 반갑게 들리는 것은 한미관계가 그만큼 훼손됐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북의 핵실험이 한국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對韓) 안보공약을 철저히 준수할 것임을 재천명할 필요가 있다. 재래식 군비(軍備)만으로 북핵과 맞서야 할 우리로선 미국의 핵우산에 사활(死活)을 걸게 됐다.

한미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양) 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는 북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권 이양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단언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어제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연구해 보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라 미국에 확고한 안보공약 준수를 먼저 요청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문제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문제를 논의할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20일경 워싱턴에서 열리기 전에 적극적 태도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가 안보충격에 직격탄을 맞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한미동맹의 과제다.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추락하거나 외국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면 한국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긴밀히 협력해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반세기 동안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꼽혀 온 한미동맹의 진가를 북한의 핵실험 국면에서 확인해야 할 상황이다.

[사설]정부 외교안보팀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어제 “포용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포용정책이 북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은 인과관계를 따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포용정책의 실패를 솔직하게 자인(自認)하지는 않았다. 그저께는 핵실험을 “당장의 위협은 아니다”거나 “작은 문제”라고 가벼이 표현하며 “지나친 안보민감증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안이한 인식은 청와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팀 속에서 함께 흐른다. 핵실험은 포용정책의 실패를 말해 주는 것으로, 결코 ‘작은 문제’일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말장난하듯 해서야 될 일인가.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대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긴급상황 대처능력은 낙제점이었다. 국정원은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도 “징후가 없다”고 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햇볕정책 하나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이 핵개발의 한 토양이 됐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햇볕정책 ‘하나 때문’은 아니라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팀은 7월 북 미사일 발사 때도 계속 한가한 소리를 하다 막상 상황이 터지자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헛소리를 했다. 수해물자를 계속 북에 보내고 결과가 뻔한 남북 장관급회담을 강행하더니 북의 핵실험 선언을 접하고도 시멘트를 북에 보냈다. 북의 핵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는커녕 ‘자주’ 구호를 합창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에 매달렸다.

북핵 상황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방치한 책임을 묻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다시 짜야 한다. 잘못된 정책 입안자들은 변명과 호도(糊塗)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팀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 변화를 국내외에 확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외교안보팀을 쇄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과 우방들에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

[사설]DJ의 햇볕정책, 일신의 영달 말고 뭘 남겼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징벌은 부작용만 크고 경제제재는 실질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첫 단추를 끼우고 노무현 정권이 이어 받은 ‘햇볕정책’이 총체적 파탄에 빠졌는데도 ‘북한 달래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인식이 어처구니없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세상을 계속 오도(誤導)하려는 심산 같다.

DJ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일본의 보수세력을 겨냥해 “그 사람들이 북한을 악당으로 만들어 세계 전략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집단과 친북좌파 세력이 주장해 온 음모론을 ‘낡은 레코드’ 틀 듯이 되풀이한 것이다.

북이 “최후에 누가 웃는지 보자”고 호기를 부리며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핵실험을 강행한 데는 대북 포용정책이 한몫했다. DJ는 2000년 3월 베를린에서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선언한 뒤 5억 달러의 뒷돈까지 대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 덕에 본인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남은 북에 휘둘리고 끌려 다녀야만 했다. 그런데도 정권은 ‘민족끼리’의 깃발을 펄럭이고, 친북단체는 한패거리로 꽹과리 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어린 학생들에게 친북좌파 의식을 주입했다. 그래서 낳은 것은 남남(南南)갈등과 국민의 안보불감증,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왕따’였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에 걸쳐 북에 제공한 8조 원이 넘는 지원은 결국 핵개발의 밑천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되뇌어 왔지만 뾰족한 제어수단도, 유효한 대북채널도 없이 무기력하게 북의 ‘핵 불장난’을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대북 포용정책의 무력(無力)함을 이 이상 증명할 필요는 없다.

지도자의 사심(邪心)과 그릇된 판단은 두고두고 나라와 국민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친다. DJ의 대북정책과 친북행보가 그렇고, 노 정권의 지금까지의 ‘북 비위맞추기 행태’도 그 범주에 든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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