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76개 公기업에서 벌어질 일들

동아일보 입력 2005-06-25 03:02수정 2009-10-0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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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주된 사업장은 수도권(首都圈)에 있다. 신도시 개발과 아파트 건설의 60∼70% 이상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정부가 발표한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르면 토지공사는 전북으로, 주택공사는 경남으로 가게 된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지방본사보다 서울지사의 규모가 훨씬 큰 기형적인 공기업이 될 판이다.

정부는 4대 공기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 도로공사, 토공, 주공을 지역 연관성이나 업무 효율성보다 안배주의에 따라 배분했다. 그나마 4대 기관을 받게 된 지방자치단체는 잔칫집 분위기라지만 유치에 실패한 지자체는 딴판이다. 각 광역 시도 안에서 기초 시군 간의 2차 유치전도 가열될 것이 뻔하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강행하는 공기업 지방 이전이 지역 간 이익갈등을 더 증폭시킬 우려가 큰 것이다.

해외유전 개발이 주업무인 석유공사가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울산으로 옮겨가면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간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녹음·현상장비와 세트장을 이용하는 영화사와 영화인은 대부분 서울에 있어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산업기술시험원은 주로 구로공단 소재 중소기업 제품의 시험평가와 품질인증을 하는 곳이다. 이 시험원이 경남으로 가고 나면 전체 이용자의 73%나 되는 수도권 중소기업들은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 업무 효율과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멀리 보내버리면 공공기관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리 없다.

이전 비용도 문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옮기는 공공기관의 건물 등 자산을 모두 팔더라도 추가로 3조3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공공기관의 토지와 건물이 일제히 매물로 나왔을 때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관들의 설비를 옮기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낯선 곳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90만 공공기관 근무자와 연관산업 종사자, 그리고 그 가족의 고통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여러 면에서 겪을 생활변화 때문에 업무 생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 강행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플러스 효과보다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효과가 클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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