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담 공무원도 고개 흔드는 균형발전

동아일보 입력 2005-06-07 03:06수정 2009-10-0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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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공동체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도권 문제 해결 등 지역균형개발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선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지역균형 개발사업은 상생과 공존의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후유증과 부작용만 낳고 있다. 전국의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균형과 형평이 국정(國政)의 최상위 원리가 되면서 성장을 담보하는 ‘효율’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역사업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국가경쟁력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업의 실효성에 대해선 16개 시도의 균형발전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회의적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담당 공무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신행정수도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절반이 “지역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도 해당 지역이 누릴 혜택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177개 공공기관 이전방안만 해도 한국전력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으로 세 차례나 연기됐다. 결국 정치적 흥정에 의해 한전을 본사와 자회사 2개를 묶어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 고유의 기능과 경영효율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전 대상지역의 인프라 여건은 무시됐다. 균형과 형평은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신·증설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효율을 무시한 지역사업은 지금도 그런 사례가 적지 않듯이 전국 곳곳에 고객 없는 시설만 늘리게 될 것이다. 이는 엄청난 자원 낭비와 함께 국토 난개발로 이어진다. 공동체의 통합은 성장을 통해 국부(國富)를 늘려야만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균형 도그마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의 시장원리에 맞춘 국토종합개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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