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왜곡교과서 검정 통과]“韓日관계 이보다 더 나쁠수는 없다”

입력 2005-04-05 19:02수정 2009-10-0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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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발표로 한일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교과서 사태는 독도 영유권 문제는 물론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와도 맞물려 외교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한국, 강경 대처 속 고민=정부는 일본의 교과서가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점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정 신청 때 독도 문제를 다루지 않았던 출판사들마저 조만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대목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일본 중학생들이 “일본 땅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왜곡된 사실을 교육받고.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게 될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식민지 피해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등에 대해 공개 발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갈 수만은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 사실상 의견 조율이 불가능한 독도 문제와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있는 역사왜곡 문제를 분리 대응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두 가지 문제의 고리를 걸어 놓으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역사왜곡에 비판적인 일본 양심세력의 호응을 얻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론’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대국적 견지에서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의 필요성을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으로 나가되, 교과서 항목 수정 요구 등 세부적인 ‘전투’는 학계와 민간단체에 맡길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분리대응이 가능할지,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외교통상부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국은 7일 한일 외무장관회담과 상반기 정상회담 등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최악 갈등 일단락되길”=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십수 년 사이에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나빴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지난주 한국 정부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공식 표명하자 실망감과 함께 한국을 탓하는 기류가 일기 시작했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영토 문제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을 끝으로 양국 갈등이 일단락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교과서 검정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독도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일본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검정 내용에 좀더 신경을 썼다”며 “적어도 검정 내용이 4년 전보다 나빠지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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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2001년 왜곡교과서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2001년에도 한일간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발단은 극우세력인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출판사인 후소샤를 통해 2000년 4월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의 검정을 신청한 것이었다.

2001년 4월 일본 정부가 이를 인정하는 검정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문제가 된 교과서의 35개 항목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으나 7개 항목만 개선됐다.

2001년 4월 4일 당시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은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항의했고, 10일에는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를 일시 소환했다. 정부는 이어 일본의 교과서 왜곡실태를 정밀 검토한 뒤 5월 8일 교과서의 재수정을 일본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해 7월 재수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일본어 음반 및 비디오 등의 한국 진출을 허용하는 제4차 일본대중문화 개방 연기를 결정했다.

한국 및 일본 내 양심세력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후소샤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은 0.039%에 그쳤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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