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낳고 싶어 안낳나”…현실 동떨어진 출산 캠페인 비난 빗발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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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자식을 낳고 싶지 않겠는가. 저출산의 원인이 안 낳는 것인지 못 낳는 것인지 진정 모른단 말인가.’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한국모자보건학회와 함께 시작한 ‘1·2·3운동’이 누리꾼(네티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2·3운동이란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협회는 26일 홈페이지(www.ppfk.or.kr)에 ‘1·2·3운동’을 알리는 글을 올렸고, 이에 앞서 정부과천청사 2동 엘리베이터 앞에 포스터를 실험삼아 붙여놓았다. 협회 측이 밝힌 이 운동의 취지는 ‘고령임신과 출산으로 인구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막자’는 것. 30세가 넘어 출산하는 여성이 5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고 선천성기형아 출산 빈도가 높은 35세 이상 산모도 늘어나 ‘모자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운동이 알려지자 협회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두 식구 살기도 힘든데 애 생기면 사교육비, 육아비는 누가 대나? 이런 운동은 부유층한테나 하라.’(ID:애 아빠)

‘저출산 극복은 국가나 기업이 경제, 사회구조를 만들어 줘야 하는 문제다. 포스터 배포로 쓸데없는 세금낭비하지 마라.’(ID:박**)

인터넷에는 이 운동을 패러디한 ‘1·2·3·4운동(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으면 40대에 파산한다)’에 관한 글도 돌아다니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30세 이전에 두 명의 자녀를 낳으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면 젊을 때 건강한 아이를 낳자는 홍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와는 별도로 ‘출산 장려를 위한 교육 홍보 조사활동’을 맡을 ‘민관 합동 범국민대책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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