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범죄의 재구성’과 남산

  • 입력 2004년 9월 24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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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공원 북측순환로에서 필동으로 내려가는 샛길에 있는 나무다리. 새소리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정취 있는 다리가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두 고수 사기꾼이 사투를 벌이는 살벌한 무대로 바뀐다.
서울 남산공원 북측순환로에서 필동으로 내려가는 샛길에 있는 나무다리. 새소리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정취 있는 다리가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두 고수 사기꾼이 사투를 벌이는 살벌한 무대로 바뀐다.
한국판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로 불렸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후반부.

얽히고 설켜 있던 한국은행 50억원 사기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가던 한국 사기계의 대부 김 선생(백윤식)은 마침내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복수와 50억원을 빼앗아 오기 위해 엽총을 꺼내 들고 나가는 그에게 동료는 “그건 좀 추하다”며 만류한다. 하지만 김 선생은 단호하다. “나이 먹으면 추해져도 괜찮아.”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 김 선생은 감히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기계의 샛별 최창혁(박신양)을 찾아낸다. 돈을 숨긴 곳으로 안내하라는 김 선생의 요구에 따라 수갑에 손이 묶인 창혁이 그를 데려간 곳은 서울 남산.

두 사기꾼이 남산공원 산책로에서 샛길에 접어드니 외나무는 아니지만 폭이 1.5m 정도에 불과한 나무다리가 나온다. 원수들이 결판내기 딱 좋아 보이는 곳이다. 역시 관객의 예상을 저버리지 않고 두 남자는 이곳에서 50억원을 놓고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이 다리는 남산공원 북측순환로에서 중구 필동으로 내려가는 샛길 중 하나에 실제로 있다. 남산공원 예장지구에서 케이블카 탑승장 방향으로 북측순환로를 따라 걷다가 ‘북측순환로 103’이라는 팻말이 붙은 전신주 옆 샛길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실제 주변 풍경은 한없이 평화롭고 조용하다. 영화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이면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백윤식과 박신양은 이 장면을 찍느라 사흘 밤 내내 살수차가 뿌리는 ‘비’를 맞았다고 한다.

남산산책로는 크게 국립극장에서부터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이어지는 북측순환로와 남산타워 방향으로 올라가는 남측순환로로 나뉜다. 남쪽 구간은 일방통행으로 차량이 다닐 수 있지만 북측은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어 산책이나 조깅에 그만이다.

‘나는 달린다’는 책으로 유명한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2000년 한국 방문 때 조깅을 했던 곳도 이 길이었다. 다소 경사가 있어 평지보다는 달리기 힘들다.

나무그늘이 우거진 남산산책로를 걸으면 갖가지 새소리가 들린다. 삭막한 빌딩 숲에 외로이 남은 생태섬인 남산에는 박새 멧비둘기 꾀꼬리 숯새 등 59종의 조류가 살고 있다. 최근에는 남산에서 개구리알과 뱀 허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마다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남산의 생태를 관찰하는 ‘숲속여행 프로그램’(http://san.seoul.go.kr)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참가 신청은 남산공원관리사무소(http://parks.seoul.go.kr/namsan, 02-753-2653, 5576)

남산공원 회현지구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장충지구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팔각정 주변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걸어서 각각 10∼20분 거리.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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