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국회 4大 쟁점법안]<3>국회개혁 입법

입력 2004-04-29 19:02수정 2009-10-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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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政爭)의 도구나 비리의원 보호 수단으로 악용돼 온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정치권 스스로도 국회 개혁의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로 꼽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 장치를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정부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는 논거에서다.

▽면책특권의 한계 설정 논란=2003년 10월 17일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2002년 대선 직전 주중 북한대사관을 수차례 방문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신상발언에 나서 “중국 영토에 발 한번 디뎌본 적 없다”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발언 2시간 만에 사과성명을 냈다. 이렇듯 국회의원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무차별 폭로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면책특권이라는 방패가 있기 때문이다. 16대 국회에서만 해도 ‘사설펀드에 K, K, K 의원 가입’ ‘야당 대선후보의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 ‘동원그룹 50억원 정치자금 여권 유입’ 주장 등 폭로가 난무했다. 거짓으로 판명이 나거나 근거를 대지 못한 이런 폭로가 결국 정치 불신을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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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에서는 무책임한 폭로를 면책특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당선자는 “현행 헌법 아래서도 국회의원이 무한정 아무 말이나 해도 다 면책이 되는 게 아니라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이라는 헌법학자들의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심각한 명예훼손은 면책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기본법(우리의 헌법)에 넣어두었다.

그러나 고려대 임혁백(任爀伯) 교수는 “면책특권을 법률로 제약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기능을 강화시켜 스스로 해결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체포 특권=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 등 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줄줄이 부결됐다. 16대 국회에 제출된 15건의 체포동의안 중 통과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다. 불체포특권(헌법 44조1항)을 적극 활용한 동료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덕분이었다.

불체포특권은 ‘연중국회’를 만들기도 했다. 16대 국회는 거의 매달 국회를 열었다. 이 가운데는 본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채 회기가 끝난 임시국회가 5차례나 됐다. 결국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동료의원이 쇠고랑을 차는 것을 막기 위한 ‘방탄용’ 국회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미국은 연방헌법에서 ‘내란죄, 중죄 및 치안위반죄’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불체포특권은 인정하고 있지만 검찰의 ‘체포허락청구’를 1∼3일 내에 가결함으로써 특권을 남용하지 않는 전통을 의회 스스로 확립했다.

▽국민소환제 도입론=대통령 탄핵처럼 국회의원의 비리 실정(失政) 국민세금낭비 등에 대해 유권자들이 투표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국민소환제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29일 잇따라 관련조례를 통과시켰고, 서울 YMCA는 입법을 위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가 남발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행정 공백과 지역구민의 분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3당 “앞으론 감싸주기 기대말라”▼

정치권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남용 방지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어느 선까지 제한할 것인지 각론에 들어가서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국회개혁추진단 부단장은 29일 “불체포특권은 체포동의서 처리시한을 두는 정도의 형식적 제한밖에 할 수 없겠지만, 면책특권은 실질적 제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명예를 훼손하는 폭로 발언을 한 경우 면책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 체포(구속)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뒤 일정 기간(24시간 또는 3일) 내에 반드시 가부를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투표 방식도 기명 또는 공개 투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구속된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 발의 요건도 현행 20명에서 재적의원 4분의 1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선거법 위반이나 직무 관련 비리사건 때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을 세워 놓고 있다. 체포(구속)동의안은 국회 보고 후 24시간 안에 본회의 표결처리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남용 방지를 검토 중이다.

국민소환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소환요건을 당선일 1년 후부터 임기 말 1년 전까지만 가능하게 하고 소환발의도 유권자 일정비율 이상이 요구할 것을 명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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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 논의 활발▼

‘일하는 국회’를 말하기 전에 국회가 일할 수 있게 ‘입법 인프라’를 구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과 예산 심의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구와 예산, 보좌인력을 대폭 늘려줄 필요가 있다는 게 그 핵심이다.

또 ‘연중국회’를 여는 방안과 함께 당의 주요 기능을 국회 내로 옮기는 ‘원내 정당화’도 국회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들이다.

▽입법능력 지원 인프라 구축 시급=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미국은 상원의원 한 사람에 보좌진이 40명 정도 되고 인턴(무급)도 있다. 일본만 해도 15명 정도 된다”며 “우리 의원들처럼 6명의 보좌진을 갖고 정책을 개발하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고 말했다.

예결산 심의 지원인력도 우리가 36명인 데 반해 미국의 경우 3개 예산관련 위원회에 467명이 포진해 있고 의회예산처(CBO)에는 이코노미스트만 230여명이 상근하고 있다. 상임위 지원인력은 우리 국회가 위원회당 6명에 불과하지만 미 하원은 68명에 이른다.

이 밖에 미 의회는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회계감사국(GAO·3325명)을 산하에 두고 있고 의회조사국(CRS·767명)으로부터 매년 65만건에 이르는 분석자료도 제공받는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정책개발특위위원장은 “생산적 국회를 만들려면 국회 차원에서 연구소와 연구기관을 확보해야 하고 보좌관과 전문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국회 사무처의 예산정책실을 확대하는 등 의정활동 및 정책개발 관련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중국회와 원내정당화=열린우리당은 원내정책정당화를 위해 ‘새정치실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비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당의 실질적인 기능이 원내 중심으로 옮겨가는 정당개혁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달 경선이 있을 원내대표 자리가 명실상부한 ‘당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회 상시개원제를 비롯해 △비상설 국회 예결특위의 상임위 전환 △국회의원의 결석 일수에 따른 세비 삭감을 위해 정책개발특위를 중심으로 구체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방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국회개혁추진단 이종걸 부단장은 “의원의 의정활동을 정책지원비 지급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부인사로 구성된 평가기관이 평가하는 시스템 도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사무처 구조조정을 통해 100억∼150억원가량의 재원을 확보해 500만원인 의정활동지원비를 의원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되 최고 1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의원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정책개발비를 차등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다.

각 당은 또 대표발의자의 이름을 법안명에 붙여 공과를 분명히 하자는 법안실명제야말로 의정활동 평가의 항구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국회의원 특권 관련 3당 입장
항목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노당
면책특권제한(헌법 개정이 아닌 여야 합의 통한 국회법 개정으로 시행)제한(국회 윤리위원회 100% 외부인사 구성, 제명 이외 징계는 윤리위 의결로 가능)제한(국회법 개정으로 불필요 불평등한 특권 폐지)
불체포특권제한(헌법 개정이 아닌 여야 합의 통한 국회법 개정)제한(선거법 및 직무관련 비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 배제)제한(국회법 개정으로,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없는 특권 폐지)
국민소환제국회의원 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비리연루 의원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역주민 발의와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도록 함(구체안 논의 중)오남용 최소화 방안 마련을 전제로 입법화 검토즉각 도입(대통령 자치단체장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전원에 대해 무능 비리연루자를 해당 유권자 일정 수의 발의와 찬성으로 불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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