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국회 4大 쟁점법안]<4·끝>민생관련 법안

입력 2004-05-02 17:59수정 2009-10-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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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지금 못살겠다는 것이고, 경기가 나빠 죽겠다는 것이고,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최근 당내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민생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3.1%. 일자리는 지난 한 해 동안 3만개나 줄었다. “경기가 나빠 죽겠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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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절박한 경제 사정을 반영하듯 여야는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생법안에는 한목소리=국회가 열리자마자 논의될 민생 관련 법안 중 하나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꼽힌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생계 능력이 없는 빈곤층에 매달 생계보조금을 지급하고 의료비도 지원해 주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부양의무자 범위가 넓어 실제 생계를 책임지며 부양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많다는 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金美坤) 박사는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7.6%에 이르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혜택을 보는 사람은 3.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부양의무자 범위를 축소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고 한나라당도 여기에 동의한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이렇게 되면 수급자가 138만명에서 148만명으로 10만명이 늘어난다. 예산도 2800억원이 더 들어가게 된다. 138만명 기준으로 책정된 올해 국민기초생활 보장 예산은 3조6432억원.

재래시장육성방안도 여야가 관심을 두고 있는 민생 현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재래시장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6% 감소했다. 28만명에 이르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경기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열린우리당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한나라당도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재래시장 현대화 계획을 내놓았다.

▽경제법안 놓고 대립하는 여야=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재정, 즉 ‘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활성화→기업순익 및 개인소득 증가→세수 증가→서민지원 확대’라는 선(善)순환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17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48건의 경제법안 제정 또는 개정안을 한꺼번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중에는 16대 국회 때부터 여야가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던 법안이 여럿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부활과 출자총액제한(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공무원노조 허용(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은 16대 국회 때 공정위가 부활을 추진했으나 여야간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2월에 만료됐다.

열린우리당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갖고 감시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규제가 없어지는 일몰조항에 따라 폐지된 계좌추적권을 되살리려는 것은 법 취지를 왜곡하는 일”이라며 반대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유지’를, 한나라당은 ‘폐지’를 주장한다.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여부도 논란거리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주식시장에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연기금 운용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퇴직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하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추경편성 與“불가피” 野“재정부담”▼

17대 국회 개원 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살리고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가경정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이미 공언해 놓은 상태.

4월 30일 열린 기획예산처와의 당정협의에서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가 더 안 좋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면서 “경제지표로만 보면 이 정도는 아닌 듯하지만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심각한 편이다”며 추경편성을 촉구했다. 지금 같은 내수 불황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정책만으로는 경기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논거에서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도 “국회가 열리는 대로 추경편성을 놓고 한나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김진표(金振杓·전 경제부총리) 열린우리당 당선자도 “기획예산처가 올해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있으므로 4·4분기에는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 “노인과 청소년 실업자 대책 등 민생경제 우선으로 추경을 편성해 늦어도 10월부터는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추경편성이 나라살림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당 정책개발특위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은 걸핏하면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갈수록 늘어만 가는 재정적자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기업 세금을 감면해 경기를 살리는 대책을 쓸 시점이다”며 추경편성에 반대했다. 추경을 편성할 경우 적자예산을 감수해야 하고 갈수록 재정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는 일단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고 경기 흐름을 살펴본 뒤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30일 당정협의에서 “6월까지 올 예산의 56%를 집행할 방침이다”면서 “이 경우 작년보다 4조∼5조원의 예산이 상반기에 더 풀리는 효과가 있으므로 일단 상반기 경제동향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활기잃은 남대문시장 ▼

한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이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시장 길 한복판에 세워둔 빈 지게 앞을 시민들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변영욱기자

“한때는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지요. 하지만 워낙 장사가 안 되니 모두들 신경질적이 되고 의욕도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티셔츠 3장에 1만원’ ‘숙녀 바지 1만원’을 외치며 손님을 모으고 있었지만 행인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한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이 불황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부터 이곳에서 신발만 팔아온 우진신발 이상숙씨(57)는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1만원짜리 신발도 사가지 않는다”며 “재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100만원어치는 팔았는데 요즘은 40만∼50만원어치도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중심부의 2평 매장 보증금이 2500만∼3000만원, 임대료는 50만∼100만원. 그러나 요즘은 입주상인이 임대료를 몇 달 동안 못 내다가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대문의 대표상품 중 하나인 아동복 도매상가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르뎅아동복 매장의 강모씨(39)는 “도매 매출이 2002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중국의 싼 제품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도대체 어떻게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대도은남상가에서 숙녀복 매장을 운영하는 이현민씨(49)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6만∼7만원대 저가 제품을 주로 파는데 요즘은 이마저 비싸다며 외면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대문은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였는데 요즘은 2002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중국의 값싼 물건이 일본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인데 무언가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하소연했다.

남대문로 4가 인삼직매장의 이우열씨(34)는 “해마다 일본의 골든위크(황금 연휴·4월 29일∼5월 5일) 때면 일본 손님이 평소보다 30% 이상 느는 게 정상인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주요 경제현안
열린우리당현안한나라당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집단의 선단식 경영을 막기 위해 찬성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부활기업에 부담을 주므로 반대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유지대기업 출자총액제한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폐지
안정적 자금의 증시 유입을 위해 찬성연기금의 주식투자허용공공자금인 연기금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반대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찬성국민연금법 개정전면적인 재검토 없이 단순히 보험료를 올리고 국민연금 수령액을 낮추는 개정안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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